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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제 개편안 그 방향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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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연립대학체제인 현재의 12개 단과대학을 명실상부한 종합대학체제로 개편하고 대학원중심의 대학으로 만든다는 서울대종합학제 개편 안은 해방 후 26년 동안 계속 유지해온 현 학제에 대한 일대 변혁을 의미하는 내용이어서 각계의 깊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오는 12일 동교 기획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될 이 학제 개편 안은 대체적인 윤곽이 이미 알려졌으나 그 내용이 교육계에 미치는 영향의 중대성에 비추어 확정단계까지는 부분수정 등 손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알려진 서울대의 구상은 이 학제 개편 안의 실시시기를 서울대가 종합「캠퍼스」로 이전이 시작되는 72학년도부터로 보고 내년까지 가칭 서울대학교교육법을 제정, 예산 및 기구확대 등 뒷받침을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특별법으로 만들어질 이 법의 내용은 서울대학교의 특수성격을 규정하고 입시제도, 교과과정, 교수수급 및 인사규정, 학과구성, 학무 회의 구성문제 등이 포함될 것이다.
동교 기획위원회 교육연구기구조직분과위원회(의원장 나웅배)가 지난 3월부터 연구해온 이 시안의 주요내용은 ①현12개 단과대학 중 문리대에 상대·공대의 일부학과를 포함시켜 가칭 교수부(faculty)3개 학부를 만들고 ②문리대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단과대학은 그대로 존속시키되 법대는 5년 제로 연장하고 ③행정대학원·신문대학원 등 특수대학원도 대학과정을 포함한 「스쿨」로 개편하며 ④대학의 집행의결기관으로 학무 회의를 두며 ⑤지금까지 대학에서 맡아오던 각대학원의 행정은 대학원위원회가 통합 관리한다는 것 등이다.
3개학부별로 포함될 학과는 인문 과학 부에 철학·문학·윤리학·심리학·논리학·종교학·인문지리학·인류학과 등이며, 사회 과학 부에는 정치학·외교학·사회학·경제학·무역학·사회사업수학과 등이, 자연과학부는 수학·통계학·물리학·화학·생물학·지질학·천문학·가정학·응용화학·응용물리학·응용수학과 등이다.
3개 학부에는 결과적으로 문리대의 28개학과(문학부 19개과·이학부 9개과), 법대의 2개학과, 공대의 3개학과, 상대의 2개학과 등 35개학과가 수용된다.
학제개편과 함께 입시제도도 개편, 3개 학부는 학과별이 아닌 학부단위로 신입생을 뽑아 2년 수료한 뒤 전공학과를 지원하게 되며 법대·상대도 사회 과학부 수료자중에서 3학년 진학 때 시험을 치러 뽑으며, 그 밖의 단과대학은 과별모집을 하게 된다.
행정대학원·신문대학원은 학부과정 2년 이수자 중에서 학사과정·석사과정을 받게되며 그밖에 대학원과 마찬가지로 박사「코스」도 신설케 된다.
경영대학원·교육대학원·보건대학원 등 3개 특수대학원은 폐쇄가 고려되고 있다.
이밖에 교수 계약제를 채택, 전임강사이하는 1년, 조교수는 2년, 부교수이상은 종신계약 등으로 묶을 것을 검토하고 있다.
법대의 5년 제는 의대의 6년 제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란 점에서 외국에서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3개 학부설치안은「유니버시티」안에 4년제「컬리지」를 두고 전문교육기관인 대학원중심교육을 하고있는 미국의 일류대학제도에 가까워 가는 것이며 다른 의미로는 교양과 정부의 1년 연장, 또는 일제시대의 대학 예과의 부활이라고도 볼 수 있다.
동경대의 경우 기본학제는 4년제이지만 교양학부에서 수준이 미달하면 전공학과로 진급시키지 않음으로써 보통5∼6년씩 공부해야 졸업할 수 있게 한 것은 서울대교수부의 성격을 암시해 주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개편 안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문교부의 직접관리체제를 학무 회의에 의한 간접관리체제로 바꾼다는 것과 대통령직속기관으로 승격시킨다는 내용이다.
대통령직속기관문제는 일부에서 거론됐으나 『대학에서 만든 학제개편시안에서 결정할 성질이 아니다』라는 최종결론으로 시안내용에서는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문교부장관·총장·동창회대표 등 12명으로 구성될 학무 회의에 대해 서울대 측은 한국은행을 관리하는 금융통화운용위원회와 같은 성격을 띠고 대 내외에 방패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일부에서는 학원과 학문의 자유를 구속할 관료적인 기구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앙교육연구소장 백현기씨는「프랑스」의 경우 문교부장관이「파리」대학교총장을 겸하고있고 영국에서는 대학총장이 교육감을 겸하고있으나 대통령직속 하에 대학이 들어가 있는 나라는 유례가 없다고 지적, 거론의 여지조차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대사대학장 김성일씨는 서울대학교라는 특수성이 독자적인 학제개편 안을 마련케 했으나 똑같은 국립대학인 지방국립대의 학제개편문제, 다른 사립대학과의 불균형에서 문젯점 등을 고려할 때 성급한 개편보다는 점진적인 개편을 희망했다.
일부에서는 학제가 다른 대학과의 전·입학문제, 학과를 결정하지 않는 학부학생들의 외국유학문제 등도 새로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권숙일 문리대교수는 국내 타교와의 전·입학은 현재도 거의 없는 일이므로 고려의 여지가 없으며 학부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결정, 선택 과목 제를 실시하게 되므로 학점이수과목을 근거로 외국대학의 해당학과에 입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세대 오기형 교육연구소장은 해방 후 계속 미국의학계라고 잘못 인식시키면서 유지해온 현 학제를 개편한다는 데는 큰 의의가 있으나 그 개편내용 가운데는 학문과 대학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잘못될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 소장은 새 체제가 고구려의 대학의 형태로 돌아가면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돈형·김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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