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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국파월 5주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군전투부대가 파월되어 사이공에 주월한국군사령부가 창설된지 오늘로써 5주년이 된다. 회고컨대, 5년 전 최초의 전투부대가 장도에 올랐을 때, 우리의 귀여운 자제들인 국군장병을 멀리 바다 건너 이국의 전쟁터에 보내는 심정은 자못 착잡한바 있었다. 국군파월의 목적이나 명분은 처음부터 뚜렷한 것이었으나 5천년 우리 역사를 통해, 우리 군대를 해외에 파유한다는 것이 초유의 일이었을 뿐더러, 우리 나라와는 기후환경이 전혀 다르고 언어조차 통하지 않는 이국전선에서 과연 우리 군대가 어떤 전과를 거둘 것인지 그저 막막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국군이 파월 이래 거둔 성과는 이제 세계의 화제가 될 만큼 눈부신바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맹호·백마·청룡 등 전투부대를 비롯하여 군수사·건설지원단(비둘기)·해군수송전대(백구)·공군지원단(은마) 등 육·해·공·해병대를 망라한 약5만명의 주월한국군은 용전분투, 월남도처에서 수많은 신화를 심어놓았다.
파월 이래 지난달 31일까지 주월국군은 6천8백평방㎞에 달하는 전술책임구역에서 적어도 6백여회의 대대급 이상 작전과 30여만회의 소부대작전을 벌였다고 한다. 그 결과 우리국군은 5년간 적사살 3만2천7백36명을 비롯, 생포 4천3백31명, 귀순 2천3백45명, 개인화기노획 1만5천6백68, 공용화기노획 1천3백29문 등 눈부신 작전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또 주월국군은 그사이 월남국민을 돕고 그들과의 친선을 도모하기 위해 연26만5천2백78회의 대민친선행사와 연4백46만2천7백68명에 대한 대민치료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적에는 무섭고, 월남국민에게는 친절하고 예의 바른 따이한, 우방군엔 군기엄정하고 신의있는 군대』로서의 성가를 쌓아올렸다.
물론, 이와 같은 성과를 거두기까지 우리에게도 2천8백여명의 전사자를 비롯한 고귀한 희생이 따랐던 것이나, 우리 국군이 월남전선에 참가함으로써 얻은 최대의 보람은 적어도 수십만명(연)에 달하는 우리 국군장병들에게 귀중한 실전경험을 쌓게 한 것과, 이와 같은 체험을 통해 전체국군과 전국민의 사기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높여주었던 것을 자랑스럽게 회고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월남전선은 과거에 비해 크게 안정을 회복했고, 평정사업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면서 진척 중에 있다. 그러나 국군파월 이래, 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월남을 에워싼 세계의 여론은 잠시도 격동을 멈추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주월국군은 적들에게서는 물론, 심지어 우방국가 일부 국민들에게서조차 악질적인 중상과 모함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던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미상원의 일부의원들은 주월국군을 용병 운운하여 이들에게 대한 전투수당지급을 중지케 하려는, 이른바 풀브라이트 수정안을 통과시켰는가하면, 소위 사이밍턴 청문록의 공개로 말미암은 심상치 않은 파문이 주월한국군의 장내동향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안보태세 전반에까지 검은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음을 또한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이세호 주월사령관은 최근의 이와 같은 일련의 움직임과 관련해서 『미군철수의 공백을 메우는 엄호부대로서 주월한국군이 남을 생각은 없다』고 의미심장한 일침을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쨌든 지금이 주월한국군의 거취문체에 대해서 신중하면서도 결단성 있는 재고려를 할 단계인 것만은 틀림이 없는 듯하다. 주월한국군의 거취는 당연히 애당초 국군을 보내게 됐을 당시의 대의명분과, 우리의 국가이익에 비추어서 가장 현명한 태도결정을 해야할 것임은 물론이지만, 근시안적인 이해타산 때문에 호기를 놓쳐 도리어 국군전체의 명예를 손상시키거나, 국민의 사기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우리는 주월국군이 그 동안에 쌓아올린 불멸의 공적을 찬양하면서 명예로운 환국의 날이 있기까지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어 줄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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