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휴대전화 절반 현지서 생산 … 한 통신컨소시엄은 인·허가 벽에 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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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 북쪽의 옌빙에선 요즘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2공장 건설이 한창이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2015년 베트남산 삼성전자 휴대전화는 2억4000만 대로 늘어난다. 지금의 두 배이고, 전 세계 삼성전자 휴대전화 판매량(올해 5억 대)의 절반 수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트남이 휴대전화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 SK텔레콤은 베트남에서 쓴맛을 봤다. 2000년 LG전자, 동아일렉콤과의 합작으로 SLD텔레콤을 만들어 베트남에 진출했다. 현지 업체인 사이공포스텔(SPT)과 협력해 ‘에스폰(S-Fone)’이란 브랜드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전국 망을 까는 데 따른 설비투자 부담, 현지 업체와의 경영 갈등, 베트남 정부의 자국업체 보호 정책은 큰 벽이었다. 결국 2010년 SK텔레콤은 투자금 2억2000만 달러(약 2388억원)를 거의 날리다시피 하며 베트남에서 철수했다.

 베트남 시장에서 기업의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베트남은 여전히 일본·싱가포르·대만 등 아시아 국가가 눈독을 들이는 기회의 땅이다. 지난해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투자액은 163억5000만 달러(약 18조원)에 달했다. 한국은 지금까지 3352개 프로젝트에 총 255억 달러를 투자했다. 성공 신화를 써가는 기업도 많다. 의류업체인 한세는 2002년 베트남에 1억 달러를 투자한 후 지금까지 28억 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이 회사가 만든 옷은 베트남이 미국에 수출하는 의류의 7%를 차지한다. 두산·포스코·현대미포조선·금호타이어 등도 선전하고 있다. 현지 진출 기업이 늘면서 베트남에 대한 부품·소재 수출도 함께 늘어나 베트남은 한국의 여섯 번째 수출 대상국(2012년 159억5000만 달러)이 됐다. 매년 15%씩 늘어나고 있는 전력 수요를 감안한 원전 등 발전소 건설은 여전히 유망한 분야로 지목된다. KOTRA 관계자는 “베트남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적극적이어서 수출용 생산기지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턱대고 들어갔다가는 큰코다칠 수도 있다. 지난해 베트남 성장률(5.03%)은 13년 만에 가장 낮았다. 통신 분야 등 기간산업은 특히 접근이 쉽지 않다. 러시아의 빈페르콤도 투자금 10%만 건지고 철수했다. 여혁종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허가권을 국영기업에만 발급해 주고, 불투명한 정부 통제가 작용해 여전히 성공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베트남 국영 사업자의 통신시장 점유율은 95%에 이른다.

 의외의 복병도 많다. 베트남 근로자는 고향을 떠나기 싫어한다. 정재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공장 반경 100㎞에 매일 500대의 버스를 운행하고, 2000명 규모의 두산 기숙사는 거의 비어 있다”고 전했다. 9000만 명이란 인구와 달리 정작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임금 역시 계속 오르는 추세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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