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진정한 친구의 나라다. 사돈의 나라다.”
9일(현지시간) 오전 베트남 하노이의 주석궁에서 열린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을 맞이하며 한 말이다. 다문화가정 주부 5만 명을 포함해 13만 명의 베트남인이 한국에서, 한국인 10만 명이 베트남에서 살고 있는 현실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진정한 친구가 왔다”며 박 대통령을 환대한 쯔엉떤상 주석과의 정상회담(확대회담 포함)은 당초 예정인 1시간20분을 넘겨 20여 분 더 길게 진행됐다. 회담 중간에 다문화가정이 화제가 됐을 때는 쯔엉떤상 주석이 “앞으로 다문화가정에서 나온 한국과 베트남 간의 2세 또는 3세가 한국의 국회와 정계에도 진출해서 훌륭한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베트남 측에서 이번 국빈 방문의 중요성을 감안해 철저한 준비를 했고 분위기도 아주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쯔엉떤상 주석 외에도 응우옌푸쫑 당서기장, 응우옌떤중 총리, 응우옌신훙 국회의장 등 베트남 핵심인사를 차례로 만났다. 집단지도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베트남의 ‘빅4’를 하루에 모두 만난 것이다. 응우옌떤중 총리는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을 즉석에서 해결해주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회담 도중 “지난 6년 동안 하나은행이 (베트남에) 지점을 신청하고 있는데 아직 지연이 되고 있어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자 회담 후 응우옌떤중 총리가 베트남 중앙은행 총재에게 직접 얘기해 “빨리 처리해주겠다”는 대답을 전한 것이다.
베트남 현지에선 박 대통령 일행을 맞이하는 열기가 뜨거웠다. 정상회담 뒤 양국 정상의 공동기자회견 때는 베트남 취재진이 서로 가운데 자리를 잡으려 몸싸움이 벌어질 정도였다. 박 대통령도 기자회견 마무리 때 베트남어를 깜짝 구사해 이런 관심에 호응했다. “베트남 국민들께 우리 국민들의 따뜻한 인사를 전합니다”라고 말한 뒤 ‘감사합니다’라는 뜻의 “깜언(Cam on)”을 외쳤다.
베트남 언론은 박 대통령의 방문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하노이 TV는 전날 저녁 뉴스에서 박 대통령이 경남하노이 랜드마크 컨벤션홀에서 ‘한복-아오자이 패션쇼’ 무대에 한복을 입고 섰던 모습을 상세히 알렸다. 청년신문·인민일보·군대인민 등의 신문은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 확대에 대한 내용을 집중 전달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인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저는 동남아 최대의 경제협력 파트너인 베트남과의 우호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그래서 아세안 국가 가운데 첫 순방국으로 베트남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하노이=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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