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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림산업, 임직원에게 미분양 물량 털기 … 집단소송 부메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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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부동산 경기 불황의 후유증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벽산건설이 미분양아파트 물량을 직원 100여 명에 떠안겼다가 고소된 데 이어 중견건설업체인 풍림산업도 최근 같은 혐의로 집단 송사에 휩싸였다. 풍림산업 임직원 200여 명은 최근 중도정산한 퇴직금이 자사 아파트 분양금에 들어갔다며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반환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풍림산업 임직원은 소장에서 “회사가 퇴직금을 중도정산하게 하고 그 돈을 아파트 계약금으로 강제로 밀어 넣었다”며 “당시에는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까 무서워 어쩔 수 없이 이름을 빌려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 측은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아파트 분양계약을 했고, 계약금을 마련하기 위해 퇴직금 중간정산 약정과 대출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2009년 4월까지 풍림산업 전무를 지낸 권태민(60)씨도 유사한 내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 권씨는 2008년 8월 인천 청라지구 풍림아파트 61평형을 떠안았다가 매월 이자만 240만원씩 물고 있다. 그사이 분양가가 8억원에 가깝던 아파트는 반 토막인 4억원대로 주저앉았다. 권씨의 경우 올 5월까지 계약금과 중도금 이자지원을 받았지만 최근 경영진이 바뀌면서 지원이 중단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에도 하도급거래를 조건으로 협력업체에 미분양 아파트를 떠맡긴 풍림산업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풍림산업은 당시 122개 협력업체가 풍림의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을 조건으로 하도급계약을 했다.

 ‘미분양 아파트 떠맡기기’는 벽산과 풍림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형 건설업체들 사이에서도 ‘미분양 물량 털기’는 관행이 돼왔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이달 안으로 미분양 물량을 임직원에게 떠맡기는 ‘자서분양’에 대한 방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종=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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