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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겨눈 역사 넘어 … 박 대통령, VIP 세일즈 외교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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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이 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경제협력 간담회’ 행사장 입구에 전시된 한국형 원자로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한 사람 건너 황쭝 하이 베트남 부총리,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윤상직 산업부 장관, 박 대통령, 부띠엔록 베트남 상의 회장. [하노이=최승식 기자]

하노이는 ‘공사 중’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7일(현지시간) 베트남 수도인 이곳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이 미국·중국에 이어 세 번째 순방국으로 정한 베트남 수도의 도심은 곳곳이 개발 열기로 가득 찼다. 주로 고층 빌딩을 세우는 공사였다. 1986년 경제성장을 위해 ‘도이머이(Doi Moi, 개혁개방정책)’를 시작한 이후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인 호찌민(옛 사이공)을 지나 하노이까지 거센 개발 바람이 옮겨왔다.

 마치 한국의 80~90년대를 연상시켰다. 개발 열풍의 복판엔 한국 기업이 있었다. 이곳의 대표적 명소는 경남하노이랜드마크(72층). 경남기업이 건설했다. 롯데건설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시내에 65층짜리 빌딩을 짓고 있다.

 박 대통령의 세일즈 목표는 베트남 원전 2기 사업권(100억 달러 규모) 수주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원자력 발전소 수주 기반 조성 ▶대규모 국책사업 참여 요청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3대 과제로 제시하면서 원전 수주건을 가장 앞에 세웠다. 주 수석은 “한국 원전기술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베트남의 원전 건설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베트남 정부의 지원과 관심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9일 쯔엉떤상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앞둔 박 대통령은 8일 그랜드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경제협력 만찬간담회에 참석해 “베트남(V), 인도네시아(I), 필리핀(P)을 뜻하는 VIP 3국이 기존 브릭스(BRICS)에 이어 새로운 신흥국가로 떠오르고 있다”며 “아세안 국가 중 베트남을 첫 방문국으로 선택하고 많은 경제인이 동행한 이유도 한·베트남이 함께 만들어갈 미래에 대해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공동연구가 시작된 원전 건설협력이 구체화되면 양국 간 경제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9일 정상회담에 앞서 베트남 사람들에겐 ‘영원한 국부’이자 ‘호아저씨’란 친근한 이름으로 통하는 호찌민(湖志明) 묘소를 찾아 헌화키로 했다.

 베트남은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미국이 지원하는 베트남 공화국을 도와 현 정부의 뿌리인 베트남민주공화국과 총부리를 겨눴던 역사를 지닌 나라다. 박 전 대통령은 64년 9월 의료병력 파견을 시작으로 73년 3월 베트남 철수 때까지 32만 명을 참전시켰다.

한국은 베트남전에 전투부대를 파병하면서 미국에 이른바 ‘브라운 각서’를 얻어냈다. 추가 파병 시 베트남에서 실시되는 각종 구호와 건설 사업에 한국인 업자를 참여시키고, 한국에 추가로 AID차관(미국이 개도국에 제공한 장기융자의 하나)을 제공하며, 베트남과 동남아시아로의 수출 증대를 가능케 할 차관을 추가로 대여한다는 내용이었다. 파병의 대가로 받은 차관으로 박 전 대통령은 중공업의 기반을 마련하고 70년 경부고속도로를 개통했다. 또 ‘월남 특수’를 통해 고용을 늘려 결국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박 대통령이 호찌민 묘소에 헌화하는 것은 이런 과거사에 대한 화해의 의미가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이 이번 방문에 아버지가 월남 파병 때 전사한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을 특별 수행하도록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박 의원의 선친, 고 박순유 중령은 맹호부대 정보장교(소령)로 파병됐다 뀌닌 지역에서 72년 전사했다. 박 의원 나이 7세 때다. 박 의원은 현재 국회 한·베트남 친선협회 회원이다. 박 의원과 함께 특별수행한 이병석 국회부의장이 한·베트남 친선협회장을 맡고 있다.  

하노이=신용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VIP=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 ‘very important partner’(매우 중요한 파트너)로 해석하기도 한다. 전 세계 기업들이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브릭스, BRICs)으로 몰려 이들 국가의 인건비 등 제조 비용이 증가한 반면 VIP는 성장 잠재력이 크고 노동력도 풍부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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