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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도 놀이터도 끌어안다 … '거시기' 한 디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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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시관 들머리 광장이 팔레트(나무 포장재)와 폐천막을 활용한 텃밭과 정원으로 탈바꿈했다. 전시장으로 들어오던 관람객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반려식물처럼 마음을 보듬어주는 배추·무·쪽파·당근에 눈길을 빼앗긴다. [사진 광주비엔날레 재단]

‘거시기’한 일상의 ‘머시기’한 재발견.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gwangjubiennale.org) 주제는 ‘거시기, 머시기’다. 누구에게나 있는 디자인 감각을 남다르게 지니는 디자인 취향으로 바꿔가자는 제안을 담았다.

 6일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및 의재미술관 등 광주시 일원에서 막을 올려 11월 3일까지 59일 동안 이어진다. 20개국에서 작가 304명과 기업 24개가 참여해 주제관·국제관·광주관 등을 꾸렸다.

 총감독을 맡은 이영혜(60·디자인하우스 대표)씨는 “디자인은 삶 어디에나 있는 인생의 윤활유”라며 미감과 산업을 연결하는 디자인의 생활화를 강조했다.

“좋은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도심 텃밭, 도시 농부를 만들게 했다”는 건축가 최시영씨. 올 비엔날레 최고 기념사진 장소가 됐다. [전호성 객원사진기자]

 ◆시민사회 발전 이끄는 디자인의 힘=사람이 없다면 디자인도 없다. 올 디자인비엔날레의 핵심은 공공디자인이다.

 간호섭(홍익대 교수)씨 등 디자이너 5명이 광주 택시 기사 유니폼을 디자인해 광주 지역에서 활용한다. 조선대 유니버설패키지디자인센터(센터장 김남훈)가 참여해 도시 미관을 아름답게 바꾸는 광주 5개구 쓰레기봉투를 선보였다. ‘함평군 나비쌀’ ‘담양군 대숲맑은 쌀’ 등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생산되는 9대 명품 쌀 포장디자인도 내놨다. 황승준(디자인 마루사이 대표)씨가 설계한 버스 승강장 ‘아트 버스 쉘터’는 시민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착한 디자인, 감동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이영혜 총감독의 제안으로 각 전시장을 가르는 벽체를 세우지 않았다. 대신 부드러운 경계, 소통의 공간이 되도록 섬유질 소재의 흰 설치물을 썼다.

 작품 전시대도 재생 골판지의 ‘에코 시스템’이다. 중고 스마트폰 부품과 렌즈 등으로 만든 ‘햇빛 영화관’, 보육시설 환경 개선과 표준화를 위한 ‘콩다콩 어린이집’은 사회 모두가 논의해 볼만한 디자인 적용 사례다.

 ◆당신도 도시 농부가 될 수 있다=썰렁하거나, 번잡스럽던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들머리가 올해는 관람객들이 즐거워하는 최대 명소가 됐다.

 건축가 최시영(엑시스케이프 대표)씨가 제안한 ‘텃밭 문화’ 프로젝트 덕이다. 광장 전체를 밭으로 디자인했다. 최씨는 “밭도 예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파트 베란다나 정원을 활용한 도시 농부의 꿈을 보여준다.

 팔레트(나무 포장재)와 폐 천막으로 만든 주제별 텃밭이 앙증맞으면서도 실용적이다. ‘천연 냉장고’라 할 ‘키친 가든’에는 끼니마다 신선한 먹을거리를 뽑을 수 있는 배추·무·쪽파·당근·부추 등이 자란다. 반려식물 구실까지 할 수 있는 꽃들도 함께 심었다.

 아이들에게 소꿉놀이와 흙장난의 추억을 남겨줄 ‘키즈 가든’, 신선한 향의 미각을 돋울 ‘허브 가든’, ‘대지 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받침목 댄 ‘덩굴과실 가든’, 이웃들과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파티장인 ‘하비스트 가든’, 곤충들과 함께 지킬 자연의 꿈을 보여주는 ‘벅스 호텔(Bugs Hotel)’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디자이너스 스튜디오’는 가든 디자이너의 작업실이다. 도시 농부들이 공부하고 연구하며 도시 속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게 꾸몄다. 바로 옆에 선 ‘농부의 빵’ 코너에서는 제과기능장 이영환씨가 ‘빵 굽는 비엔날레’를 연출했다. 관람객이 고른 재료로 천연 발효 빵을 즉석에서 구워 나눈다.

 ◆디자인도시로 재탄생한 광주=2011년 시작한 ‘광주 폴리’가 2기를 맞아 ‘광주 폴리Ⅱ’의 조형물 8개를 도시 곳곳에서 준공했다. ‘인권과 공공 공간’을 주제로 한국 작가 서도호의 ‘틈새호텔’, 중국 인권 운동가 아이 웨이웨이의 ‘포장마차’ 프로젝트, 미국 건축가 렘 쿨하스 & 잉고 니어만의 정치적 문제작 ‘투표’, 아랍의 ‘오렌지 혁명’을 테마로 한 ‘혁명의 교차로’ 등이 광주의 새로운 문화 콘텐트로 시민들과 함께한다.

 ‘거시기, 머시기’란 주제를 제안한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울타리의 경계를 부수는 반란의 언어”라고 주제어를 설명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디자인에 대한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더듬고 찾아내는 집단기억을 만들어내면 그것이 진정한 창조이고 아름다움이다”라고 말했다. 성인 1만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 062-608-4251.

광주=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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