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지역 찾아가는 공연문화 만들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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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배는 항구에 있을 때 안전합니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정박해 있으면 존재 의미를 상실하게 되죠. 풍랑을 만나고 암초에 부딪히더라도 바다로 나가야 합니다. 제가 돌아온 이유도 그 때문이죠."

기발한 마케팅 전략으로 서울 정동극장을 탈바꿈시켜 세간에 화제를 모았던 홍사종(洪思琮.47) 전 극장장이 3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2000년 정동극장을 떠나 숙명여대 교수로 재직했던 그가 지난 21일 경기도 문화예술회관 관장으로 임명된 것이다. 학교를 떠나지만 대학원 강의는 계속한다.

"도(道)문화예술회관은 시설도 좋고 국악관현악단.극단 등을 보유하고 있어 소프트웨어도 풍부한 편입니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시설 활용률이 20%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도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지만 공연장이 있는 수원에서 먼 지역의 주민들은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그래서 그는 관장직을 맡은 후 첫 사업으로 '모세혈관 문화운동'을 벌이고 있다.

"공연장에서만 공연을 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실핏줄이 인체 곳곳에 산소를 공급하듯 각 읍.면.동 지역을 찾아가서 공연을 할 겁니다."

그는 또 지역 출신 인사에게 공연 비용에 대한 지원을 부탁할 계획이다. 도에서 제작비의 50%를 지원하고 나머지를 이렇게 충당한다면 후원자는 고향을 위해 좋은 일을 해서 좋고 주민들은 문화공연을 접할 수 있어 좋다는 생각이다.

글=박지영,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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