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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했던 외국관광객 유치계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엑스포 70 기간 중 5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더 유치하기 위하여 안간힘을 썼지만, 오는 13일로 예정된 동 엑스포 70의 폐막을 2주일 앞둔 지난 8월31일 현재 우리 나라에 입국한 외국 관광객은 8천명(김포공항 경유)에 불과하여 목표인 5만명의 20%에도 미달하고 있다. 이에 반비례해서 우리 나라의「엑스포」관광을 위한 일본 여행자는 3만8백명으로 외화 소비액이 관광 외화 획득 액보다 훨씬 많은 역조를 보이고 있다. 몇 10년만에 처음 아시아에서 열리는 만국 박람회이기에 우리 나라 국민이 그 구경을 위해 일본에 많이 건너간 것을 나무랄 필요는 조금도 없을 것이다. 해외의 문물·사정들과 거의 유리되어 있다시피 했던 우리 국민이 해외에 나가 견문을 넓히고 세계로 뻗는 기우를 길러오는 것은 도리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런 견지에서는 그 동안 외화절약을 위해 국민의 해외 여행을 극도로 억제해오던 정부가「엑스포」를 계기로 상당히 넓게 문호를 개방키로 했던 것은 일단 잘한 일이라 할 것이다. 다만 그「엑스포」를 정말로 참관하여야 할 사람 가운데서도 과학도나 무역업자들보다도 별다른 뚜렷한 목적 없는 관광 여행자들이 대거 흘러 나가게 한 것 등은 한 가닥 아쉬운 일이었다 할 것이다.
「엑스포 70」을 맞아, 일본에 온 외국 관광객은 총 입장자 6천만명 중 대체로 2백만 명으로 추계 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중 한국을 방문한 사람이 고작 8천명 밖에 안됐었다는 것은 정부의 관광사업이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당국은 이제 냉정하게 그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세워야할 것이다.
외국인들이 우리 나라 관광을 꺼리는 것은 대체로 ①관광할 만한 자원이 부족하고 KAL기·JAL기 납치, 1·21사태,「푸에블로」호 납치 등 부상사가 매년 일어나, 국내정세가 불안하며 ③출입국 절차, 통관 절차 등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형편없도록 까다로우며 ④숙박시설, 오락시설 등의 관광객 수용태세가 미비 된데 있는 것으로 지적돼 왔었다.
그러므로 정부도 이런 실정을 극복하기 위해 ⓛ문화재 보수 ②해외선전 ②입국절차 간소화 ④숙박시설·관광「호텔」증축 등을 대대적으로 장려해 왔던 것으로 안다. 그 동안 정부는 상당히 많은 나라들과 입국사증면제협정을 체결했고, 부관「페리」를 운항케 한 것 외에도 여러 해외공관을 통한 적극적인 선전으로 해외 여행객 유치에 안간힘을 써왔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이 실패한 근본원인은 접객업자들의 불친절이 끝내 시정되지 않았다는 점과 또 세련된 현대적 감각을 갖춘 관광기업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 가도 생각된다.
일본인들의 과잉 서비스에 식상한 외국인도 한국인의 불친절에는 혀를 내두르게 되고, 관광기업이 계통적으로 발달되지 않아 여행 불변을 겪어야하고, 소매치기·폭력배들이 난무하여 신변에 불안을 느끼며, 더 우기 마치 금 시에라도 북괴군의 남침이 있을 것 같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경우에 누가 제돈 써가면서 한국을 관광하려 찾아올 것인지 근본적인 반생이 없어서는 안될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가 근원적으로 사회 불안의 요인을 제거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요, 관광공사의 사업을 보다 확장하고 관광요원들을 훈련시켜, 세계적 수준에 떨어지지 않는 서비스를 해줄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정부가 외국인 방치를 위하여 법을 개정해가면서까지「카지노」를 허가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카지노」는 외국인보다는 내국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고, 면세도입 된 자재로 지은 관광「호텔」·여관 등도 내국인들이 낮에 잠깐 이용하는 율이 높다니 본말이 전도된 감이 없지 않다.
정부와 모든 관광사채 당국자들은 이번 엑스포70 관광객들의 유치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것을 좋은 반생의 기회로 삼고 종래와 같이 안일한 생각으로 막연히 외국인들을 끌어들이려는 허황된 꿈을 일소해야 할 것이다.
정부로서는 상면해서 세계의 항공회사와 교섭하여 한국까지의 라운드·트립 항공운임을 낮추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만일 일본∼서울간에 특별요금을 받지 않고, 구주∼서울이나 미주∼서울 요금이 동경이나 대판 행 요금과 같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이 한국을 찾게 될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또 정부로서는 이와 함께 관광 입국 자에 대한 통관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밖에도 관광사업에 종사하는 모든 국민들이 보다 친절하고 상냥한 언동을 하는 훈련을 쌓아야 할 것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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