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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항공 최악의 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6일은 세계 항공사상 최악의 날로 기록될 만 하다. 유럽과 대서양의 상공에서 불과 2시간 사이에 4대의 여객기가 납치되었다. 여기에 말려든 승객만 해도 무려 6백 여명이나 된다. 거의 같은 시간에 모두 대서양을 횡단, 미국 뉴요크로 날아가던 비행기들이다.
그러나 중요한 공통점은 범인들이 한결같이 아랍·게릴라들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평화의 도시 암스테르담(네덜란드), 취리히(스위스), 프랑크푸르트(서독)에서 이륙 30여분만에 느닷없이 무장을 하고 나타났다. 이쯤 되면 중동 전은 수에즈운하를 벗어나 유럽의 상공으로 번진 느낌마저 없지 않다. 69년 2월에 아랍 특공대원들이 출몰한 적이 있었다. 이때에도 이스라엘 여객기를 납치하려 했었다.
이스라엘 측은 이에 못지 않은 보복을 감행했었다. 그럴수록 쌍방의 적대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팽창한다 누가 먼저 기선을 잡느냐하는 기회만 노리고 있게 되었다. 중동 평화의 길은 새삼 멀고 험난한 것만 같다.
선량한 승객들을 인질로 하는 여객기 납치와 같은 사건은 최근에 특히 자주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이한 것은 쿠바형과 중동형이다. 모두 정치적인 적대감정에서 비롯한 점이 일치한다. 적의도 없고 더구나 분쟁의 당사국 국민도 아닌 세계의 선량한 시민들의 터무니 없이 납치극의 엑스트러로 이용, 또는 희생된다. 이것은 근년에 특히 유행되는 인질 분쟁의 한 단면인 것 같기도 하다.
비단 비행기의 납치뿐만이 아니다. 분쟁과는 상관도 없는 외교관을 인질로 삼고 무엇인가 흥정을 하려는 수법도 남미에서 유행하고 있다. 이것은 최근 남미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번질 기세를 보이고 있다. 정치 문제를 벗어나 그와 같은 범죄가 사소한 일에까지 파급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인간의 문명과는 반비례로 정치적 분쟁이나 전쟁의 수법이 이처럼 날로 타락해 가는 것은 새삼 고소를 자아낸다.
이와 때를 같이 해서 이스라엘 측은 중동 평화회담에의 불참을 선언했다. 유엔에 의한 평화회답은 어쨌든 인류의 양식을 반영하는 이성의 장이다. 인류는 저마다 에고이즘을 더러는 양보하고, 협상을 통해 공동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이성을 갖고 있는 데에 희망을 걸만하다
공중 해적과 협상거부의 이율배반은 아직도 인류가 이성보다는 증오와 적대 감정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아이러니 같기도 하다.「인질분쟁」은 인류의 이름으로 타기 되어야할 도덕의 타락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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