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 5백만 그 살림의 현실과 이상(20)영세구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가난은 질병·범죄와 함께 사회의 3대 악으로 손꼽힌다. 그 존재는 사회에서 필연적인 것이다. 다만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가가 그 사회의 정책에 달려 있다.
서울 시내의 영세구호 대상자는 소득의 증대, 생활 수준의 향상 등으로 차츰 줄어들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영세구호 대상자를 약 13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 능력과 부양 능력 상실 등으로 정부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2만9천여명의 생활보호 대상자와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잃고 당국의 도움으로 생계를 잇는 영세민 10여만명등.
지난해 20만명으로 추산되던 영세민은 한해에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당국의 집계다. 서울시는 이들의 구호를 위해 올해 미 공법 480호에 의한 1천t의 소맥분을 비롯, 모두 5천8백t의 구호 양곡을 책정하고 또 영세 근로자를 위해 3개의 합숙소, 10개의 후생식당을 마련했다.
생활보호 대상자를 등록하여 이들에게는 1인당 하루 2백50g(2홉5작)의 밀가루가 지급되고 480호 구호 양곡에 의한 자조 근로 사업장 취업자에는 하루 3·6kg(3되6홉)의 구호 양곡을 지급하고 있다.
영세민 구호를 위해 주식 구호비로 예산에 책정되어 있는 것이 약 2억원이다.
동대문구 창신동·중구 도동 그리고 영등포구 문래동에 마련된 근로자 합숙소는 영세근로자 구호를 위한 것.
모두 7백50명을 수용 할 수 있는 이곳에는 숙박비로 1일 10원, 음식값으로 한끼에 10원, 목욕 10원, 이발 15원을 받고 이용기간은 1개월로 정하고 있다.
연간 이들 합숙소에 들어가는 예산은 3천5백만원인데 비해 수입은 불과 9백20만원.
또 시 당국은 마장동·종암동·영등포동·도동·문래동·금호동·청량리 2동·봉천동·삼양 2동·북아현동 등 10개소의 시장 주변 등에 후생 식당을 마련, 영세 근로자를 위해 국수 한 그릇에 5원씩 받고 있다.
서울시의 영세민 구호는 정책면에서 정신적인 면을 너무나 도외시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 되고 있다.
노동능력 등이 없는 생활보호 대상자는 어쩔 수 없다해도 노동력이 있는 영세민을 위해서는 무턱 댄 구호 양곡 지급이 오히려 의뢰심·나태심을 조장하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일시적인 노동 기회 상실자를 위해 건립된 근로자 합숙소가 걸인의 집합소처럼 되고 있는 사실 또 합숙소의 근로자들이 한 달에 최고 2만원까지 저축하고 있는 사실 등은 근로자 합숙소의 운영이 합리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있다.
영세민을 위한다고 싸게만 공급하는 합숙소의 이 같은 운영은 영세민 도시 집중 현상까지 낳게 하는 결과가 되는 것은 아닐까?
시 당국의 영세민 구호는 자조 근로사업으로 방향을 바꾸어 근로 사상을 고취하는 외에 연간 2억원을 들이는 구호 예산의 합리적인 운용을 위해서는 합숙소 내의 공급가격에 차등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이 같은 것은 합숙소 수익도 높일 수 있어 이 수익으로 근로자들을 위해 시설을 개선하고 오락 시설을 설치, 이들의 정신적인 위안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영세민을 위한 구호 대책은 구호에서 보호로 차츰 방향을 전환시켜 복지 시설을 확충, 영세민의 취업과 복지 향상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현봉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