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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야구장 (상)

중앙일보

입력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이명박 서울시장이 임기 내에 서울에 국내 최초로 돔구장을 짓겠다 공언해 야구계와 팬들 사이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돔구장이 있으면 실내에서 날씨에 영향을 받지않은 채 경기를 할 수 있어 비가 많이 오는 한국, 일본으로선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12개 팀이 있는 일본의 프로야구장만 해도 돔구장이 6개 (도쿄돔, 나고야돔, 삿포로돔, 세이부돔, 후쿠오카돔, 오사카돔) 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일본의 야구장들은 메이저리그 구장처럼 개성적인 형태가 아니라 좌우대칭형으로 만들어졌고, 기본적으로 같은 기후권에 위치해있다.

그에 비해 메이저리그의 야구장들은 저마다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팩벨파크는 우측펜스가 93.5m로 짧지만 우중간은 128m로 깊은데다 바다에서 역풍이 불어 홈런 날리기가 쉽지않다.

반면, 콜로라도의 쿠어스 필드는 고지대에 위치해있어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다. 휴스턴의 미니트 메이드 파크는 센터길이가 132.5m나 되어 공이 그 곳으로 빠지기만 하면 거의 3루타가 나오며, 보스턴의 펜웨이파크는 그린몬스터란 높은 좌측펜스때문에 우타자가 홈런 치기 힘든대신 좌타자가 홈런을 만들기 쉽다. 반대로 아틀랜타의 터너 필드는 바람이 우측에서 좌측으로 불어 우타자는 아치를 그리기 용이한 대신, 좌타자가 홈런포를 날리기는 무척 어렵다.

구장마다 설계구조와 기후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할 수 있다. 게다가 좌우대칭으로 만든 구장이 거의 없어 야수들은 그 구장의 특성을 반드시 파악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그렇다해도 일본 야구장들은 적어도 축구장 등 다른 시설들과 같이 공설운동장 개념으로 만든 한국의 야구장들보다는 특색을 갖고 있다. 모든 구장들이 기본적으로 3만명 이상을 수용할수 있으며, 최근에 만든 돔구장은 4만명 이상, 도쿄돔과 고시엔구장은 5만명 이상 들어갈 수 있다.

요코하마 스타디움은 객석이 매우 높은 위치에 있고 객석 부분의 면적이 좁기 때문에 급경사로 되어 있다.

도쿄 디즈니랜드 옆에 있는 롯데의 지바 마린 스타디움은 바다 옆에 있어 언제나 강한 바람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외야수들이 수비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일본구장 중 유일하게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다.또한 롯데 팬 대부분이 유니폼 착용해 입지않은 사람이 부끄러움을 느낄만큼 세뇌 효과가 높다.

79년에 지은 세이부돔은 원래 야외구장인데, 99년 지붕을 덮고 펜스거리를 확장하는 공사를 해 돔구장으로 만들었다. 원래 돔구장을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니므로 에어콘장치가 되질않아 여름엔 제일 더운 구장이라는 단점을 안고 있다. 또한 바깥의 빛이 지붕을 통과하기 때문에 조명을 많이 켜지않아 조금 어둡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하지만 스탠드의 어디에도 출입구가 없어 독특한 해방감을 자아내고, 주위가 숲과 호수에 둘러싸여 야구 관전 환경으로서는 훌륭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외야석을 의자가 없이 경사 진 풀밭처럼 만든 것도 특색이다.

97년에 지은 긴데츠의 오사카돔은 다목적 돔이며 화려한 컬러전광판을 갖추었다. 돔구장을 짓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때문에 야구 이외의 공연행사를 할 수 있도록 지은 것이고, 천정의 높이를 바꾸어 음향 효과를 조절할 수 있기때문에 음악 행사에 적합하다.

그러나 다목적으로 설계한 것이 건설비용 충당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관객들은 야구를 볼때 시야가 가장 나쁜 구장으로 바로 이 오사카돔을 꼽는다.자리에 따라 기록 게시판, 외야수가 보이지않는 것이다.

오릭스의 홈구장인 고베 그린 스타디움은 88년 완공했을땐 시민 구장으로 출발했지만, 사실상 프로를 의식해 만들어 91년부터 본격적으로 오릭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또, 지금은 오사카 돔에서 행하고 있는 전국 사회인 야구 선수권, 아마추어 세계 대회 등도 예전에 이 곳에서 치루었다. 입장권 자동 판매기가 있는 게 특색이고, 외야의 의자도 한명씩 앉는 게 아니라 벤치형으로 만들었다.
다만 꾸밈이 전혀 없는 구장이라 살풍경하다는 게 흠이다.

문현부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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