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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뽑힌 작물 앞에 한숨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태풍 빌리호가 할퀴고 지나간 제주도·전남·전북 등 남 서해 지방엔 추석명절을 앞두고 상처가 심했다. 제주도의 소득원인 감귤의 수확은 70% 감수가 예상되고 있고 연안의 영세어민, 추수를 앞둔 벼의 수확은 바람에 앗겨 상처 뿐의 농어촌이 많다. 그러나 태풍이 스쳐간 1일부터는 차차 농민들도 넘어진 벼이삭을 가다듬고 목포시와 제주시 등 도시에선 전주와 전선의 복구 작업이 한창이며 상인들도 간판을 바로 잡는 등 할퀸 상처를 다듬고 있다. 태풍일과-수확기를 맞아 태풍으로 상처뿐인 제주도·전남지역의 현지를 살펴본다.
제주와 호남 및 서해도서를 휩쓸고 지나간 태풍 빌리호의 피해는 1일 하오 2시 현재 사망l2명, 실종 18명, 부상 12명등 42명의 인명피해와 3억1백64만원의 재산피해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재해대책본부는 호남평야의 농작물피해와 제주도의 감귤피해, 연안양식어업의 피해가 집계되면 총 피해액은 1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현재 조사중에 있다.
1일 상오 현재 내무부가 집계한 바로는 이재민 1천8백96명을 비롯, 침수농경지는 2천1정보, 건물의 유실·대파·반파 등이 2천6백36동, 선박피해는 1백64척에 달했다.

<논 2천여정보 잠겨, 전남>
【광주】빌리호가 휩쓸고 지나간 전남 도내 곳곳에서 출 수기의 벼와 밭곡식에 큰 타격을 입혔다.
피해가 가장 컸던 신안군 관내에서 논 9백69정보와 염전 20정보가 물에 잠겨 벼 1천3백82t과 밭곡식 1천84t이 유실, 1억여원의 피해를 냈다.
여수·여천 관내 4천8백정보의 논 가운데 15%가 침수 또는 벼꽃이 떨어져 1만8천석의 감수가 예상되고 있다.
순천지방에서 풍덕평야 5백5정보와 승주 월전평야 2백20정보가 물에 잠겼다.

<어선 백20척 미 귀환, 섬 학생 천여 명은 등교도 못하고>
【목포=모보일 기자】태풍 빌리호가 목포의 서남쪽 낙도를 이어주던 40여척이 여객선이 발을 묶어 버린 바람에 낙도에서 목포 시내 중-고교에 통학하는 1천여 명의 학생들과 수많은 낙도 어린이들이 1일 개학식을 맞았어도 출석을 못했다.
이들 학생들은 신안군 완도·진도 학생들로 개학날이 되어도 등교를 못해 안타 까와 했다. 또 도서지방인 신안군 관내 7백여명 교사중 목포 등 육지로 여름방학 동안 나왔다가 50여 명의 교사가 낙도의 국민학교에 돌아가지 못해 목포부두에 나와 초조해 하고 있었다.
또 동지나 해상으로 출어한 어선단 1백50여척중 1백20여 척이 기한을 넘기고 1일 현재 돌아오지 않고 있다. 추석을 가까이 맞는 1일의 목포 거리상가는 한산했고 뜸뜸이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태풍이 호남의 모든 수확을 앗아간 것을 원망하듯 굳은 표정들이다.
이 태풍은 1백mm에 달하는 폭우까지 동반, 목포시내의 5천여 동의 가옥과 호남평야 일부를 물바다로 만들었으며 농작물피해도 막심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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