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휩쓰는 여권 파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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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프랑스」의 정치 철학자 「몬테스큐」의 부인조차도 『아마 신은 남성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을 만큼 「유럽」의 여성은 옛날부터 케케묵은 법률과 도덕에 얽매여 지내왔다. 그러나 최근에 「타임」지가 보도한 바에 의하면 미국 여성에 비해 비교적 다소곳이 그들의 사회적 차별대우를 받아들여왔던 「유럽」의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 여성해방을 주장하며 대 남성 공격을 개시했다는 것이다. 「타임」지가 소개한 각국의 여성해방운동 실태는 다음과 같다.
▲네덜란드=여성해방운동의 바람이 가장 거센 곳이다. 19세기 화란의 여권운동가였던 「빌헬미나·드러커」의 이름을 따서 스스로 「마이너즈」라고 칭하는 20대의 이 집단은 「암스테르담」에 있는 「빌헬미나」의 동상 앞에서 「코르셋」을 벗어 불을 지르고, 남성용 공중변소에 분홍색 「리번」을 매놓고 돌아다닌다. 이유는 여성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이들이 내세우는 요구사항은 이혼과 낙태를 허용하는 법률, 산아제한에 관한 지식 보급, 남성과 동등한 임금 등이다.
▲스웨덴=「스웨덴」은 여권 확장의 「모델」국이다. 정부는 가정부인이 직업을 갖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가정에만 들어앉아 있는 것은 「사치스러운 여자」로 되어있다. 학교교육도 『성에 의해서 역할이 미리 결정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남아에도 바느질과 가사 돌보기를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도 「스웨덴」여성은 더 많은 탁아소와 무통 분만시설, 동일한 노동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영국의 아버지는 자녀에 대해 결정권을 갖고 있으며 이혼할 때에도 위자료를 한푼도 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권운동가들은 지난달 「옥스퍼드」에 모여 불공평한 임금, 「미혼 엄마」 문제를 토의했으며 「엘리자베드」여왕도 『가정은 여성만이 돌봐야 할 곳이 아니다』라고 한마디.
▲프랑스=1946년에야 여성 참정권이 생긴 「프랑스」에서는 이 운동이 규모는 작지만 차차 불어나고 있다. 그들의 목적은 여성이 정부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정치지식을 넣어주는 것이며 「패션」잡지 「엘」이 전국에 퍼져있는 이 집단의 「스폰서」이다.
▲이탈리아=이혼과 낙태가 모두 금지되어 있으며 작년까지만 해도 남녀가 간통으로 기소됐을 때 여성은 1년의 징역을 살아야하지만 남성은 무죄였다. 지난 2월 「로마」에 조직된 여권신장 단체는 삽시간에 전국적으로 퍼져 산아제한과 낙태의 허용을 토의중이다. 『이혼은 범죄를 방지한다』고 주장하는 이 단체에는 남성 참여자도 많은 것이 특색이다.
▲서독=여성 임금이 남성보다 20%나 낮은 것에는 심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최근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서독 여성은 아직도 매우 보수적이다. 즉 82%의 여성이 그들의 본분을 『남편 받들고 자녀를 기르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전 주부의 40%가 직업을 갖고 있으나 『남편이 걸레를 들고 다니는 모양은 보고싶지 않다』고 말하고있다. 그러나 한쪽으로는 여권신장운동이 맹렬하게 일어날 기세를 보이고있다.
▲스위스=「유럽」 각국의 여성들이 이렇게 야단을 하고있지만 모든 여성이 「해방」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에서는 내년 2월 여성에게 참정권을 줄 것인가에 관한 투표가 남성들 사이에서 있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인 「선거권 반대 투쟁위원회」는 『남성들의 역할과 기사도 정신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다』고 참정권 획득을 반대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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