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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디자인」조형 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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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월초부터 「스위스」의「취리히」에서 「눈으로 보는 시=조형 시」의 전람회가 열리고 있다. 23개국 1백 78명의 작품 6백 20편이 전시된 이 전람회의 목적은 시와 조형예술 사이의 공간을 메우는데 있다고 주최측인 「취리히」예술협회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전통적인 시나 조형예술로서는 표현할 수 없는 미지의 예술영역을 추구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 전람회에는 조형시의 작가뿐 아니라 「언어의 해방」을 위해 노력했다는 「말라르메」와 「아폴리에르」등이 조형시의 원조로서 그들의 시 원고도 전시되고 있다. 물방울이 떨어져 번지듯 띄엄띄엄 시어를 늘어놓은 「아폴리에르」나, 무질서하게 어질러놓은 문자로 언어의 마술 부린 「말라르메」의 시는 충분히 「조형 시」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위적」인 조형 시는 음악이나 미술분야의 전위예술보다 훨씬 늦게 60년 초에 「스위스」의 「오이겐·곰링거」에 의하여 첫선을 보였다. 그는 전통적인 시와 사회간의 관계가 벌써 오래 전에 단결돼왔으므로 새로운 차원의 시 형식을 찾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시가 사회에서 유기적인 기능을 되찾으려면 개인적인 감정이나 인간적이고 「에로틱」한 문제에서 벗어나 주석이나 해설이 필요없이 한눈에 완전히 파악할 수 있도록 시어를 조화 있게 배열한 「시각적인 시」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현실자체와 일상성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곰링거」가 『언어는 그늘』이라는 시집을 처음 내놓았을 때는 『하찮은 잔소리』라는 호된 비판이 잇달았다. 그러나 최근 구미, 남미, 동구와 일본에서 이 시 형식에 의한 창작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 조형 시 자체가 복합「미디어」로서 언어의 대중화, 미학적 「모럴」의 표현, 구체적인 예술이라고 추켜세우며 이 시의 작자를 「시인」이라는 표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언어의 디자이너」라고 부르고 있다.
이들의 시형식도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특성을 갖추어 서독의 「라인하르트·필」은 『사과 속의 벌레』라는 작품에 「사과」라는 단어를 사과모양으로 배열 해 놓고 그 속에 「벌레」라는 단어하나를 삽입해 놓고 있다.
또 미국의 「메리·솔트」는 작품 『개나리』에서 시어를 개나리가지처럼 배열하고 있으며, 「헝가리」의 「토머스·캅데보」는 1백개의 단어로 자신의 경력을 담아 인체의 형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슈피겔=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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