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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폭력 하딩 '뭇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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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惡女)' 토냐 하딩(32.사진)과 '악동(惡童)' 마이크 타이슨(36)이 23일(한국시간) 나란히 링에 올랐다. 장소는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피라미드 어리나였다.

악녀는 졸전 끝에 판정패했고, 악동은 오랜 만에 핵펀치를 선보이며 시원한 KO승을 거뒀다.

1991년 피겨스케이팅 미국 챔피언이었던 하딩은 94년 동료 낸시 캐리건에게 청부폭력을 행사, 피겨스케이팅계에서 추방됐다. 이때부터 그에게 '악녀'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그녀는 지난해 한 복싱 자선경기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던 폴라 존스를 꺾은 뒤 프로복서가 되기로 결심했고, 내슈빌의 한 프로모터와 4년 계약을 했다. 그리고 이날 타이슨 경기의 오픈매치로 링에 올라 사만사 브라우닝(21)과 2분 4회전의 공식경기를 치렀다.

검은색 스포츠브라와 트렁크를 입고 나온 하딩의 몸매는 가냘펐던 피겨 선수 시절과는 거리가 멀었다. 체중이 55.35㎏으로 계체됐고, 팔뚝이 유난히 굵었다.

하딩은 외신이 '복싱보다는 레슬링에 가까웠던 졸전'으로 표현할 만큼 수준 이하의 경기를 펼쳤다. 그는 1-2로 판정패한 뒤 "복싱이 이처럼 힘든 경기인 줄 몰랐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힘들었다. 그것은 내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다음 경기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한편 지난해 6월 레녹스 루이스에게 패한 뒤 8개월 만에 링에 오른 타이슨은 클리퍼드 에티엔(32)과의 10라운드 논타이틀매치에서 1라운드 시작과 함께 강력한 오른손 훅을 상대의 턱에 꽂아 49초 만에 KO승을 거뒀다.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타이슨은 이날 승리로 통산 50승(4패 44KO)째를 기록했다. 루이스.에반더 홀리필드 등과의 재대결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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