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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모으기|돌을 보면 안정감 갖게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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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연을 집안에 불려들여 감상하는 방법 중에서 돌을 모으는 취미는 전혀 돈이나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자연을 자연 그대로를 옮겨놓았다는 소박한 멋 하나를 더하는 것이다.
여행을 하거나 요즘같이 바닷가에라도 갔을 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자연」을 하나씩 주워온 다음 훗날에는 추억의 아름다운 중계자로 시간을 주름잡는 다리가 될 것이요, 모으는 사람의 오랜 벗으로 색다른 정을 나눌 수 있게된다.
30여년 동안 돌을 모으면서 즐겨온 이화여대재단 이 시장 서은숙씨는『어디를 가더라도 돌만 살핀다』는 사실로 친지들간에 장 알려져 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신기한 모양의 돌들은 아는 분들이 주워 다 준 것도 많다고 한다.
『돌만 보면 어쩐지 안정감을 갖게 돼요. 마음 깊게 통하는 사람을 마주 대하는 것 같지요.』
서 교수는 돌을 모으는 일을 체계적으로 또 분류해가면서 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무 돌이나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것을 눈에 띄는 대로』줍는다. 그리고 집안 구석구석에 놓아두고 항상 곁에서 느낀다고 한다.
서 교수는 또 돌을 모으던 때의「에피소드」도 많이 간직하고있다.
해방 전, 지금은 고인이 된 김활난 박사와 이정애씨, 그리고 김신실씨(YWCA이사)와 넷이서 내금강에 갔을 때 아침 산보할 때마다 한아름씩 돌을 주워 여관에 갖고 왔다. 김 박사는 떠나던 전날『저걸 어떻게 다 들고 간담. 한두 개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가도록 하자』고 말하자 서 교수의 얼굴 색이 금방 변했다. 결국 김신실씨의 여행가방을 한 개 빌어 가득 넣고 서울역으로 부쳤다.
그러나 막상 가방을 찾으러 가보니 그 무거운 돌들 때문에 가방이 다 찢겨지고 돌은 역 마당에 흩어져 버렸었다. 그때 그래도 한 개나마 들고 온 돌이 6·25때 화재에도 남아 지금 서 교수 댁 안마당에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저녁 꼭 봐야 마음이 놓일 정도로 아주 정이든 돌이라고 말한다.
서 교수는 돌을 모아 무슨 큰 재물처럼 모셔두는 것보다는 책을 읽을 때면 문진으로 쓴다든지 하여 조그만 돌들을 여러 개 손에 만지면서 쓸모 있게 즐기는 것을 권한다.
책상 위엔 이끼낀 돌을 접시에 물을 담고 받쳐놓아 꽃 장식 이상의 은은함을 맛보고 장롱 위에 놓아두면 또 훌륭한 장식품이 된다.
돌을 모을 때는 어디에서 언제 구했는가를 적어둔다. 다른 사람에게서 받았을 때「사인」을 함께 받아두면 더욱 재미있고 뜻 있는 돌로 남는다.
돌을 모으는 사람들 중에는 돌에 그림을 그려 넣거나 붓글씨로 이중의 풍류를 즐기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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