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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그레이엄·그린」의 작품을 영화한「캐롤·리드」감독의『제3의 사나이』란 영화에서 주인공「오손·웰스」가「빈」의 폐허를 내려다보면서 친구「조셉·코튼」에게 뇌까리는 무시무시한 말이 생각난다.
『보라! 그래도 인간들은 저렇게 우글거리고 있지 않나? 평화, 평화! 그게 도대체 뭐란 말이야?「보르지아」가의 전제는 빛나는「르네상스」를 가져왔으나「스위스」의 평화가 가져온 것은「뽀, 뽀」하는 비둘기 시체뿐 아닌가?』2차대전 후의 참혹한 현실 속에서 내뱉는 몸서리치는 대사다.
『자유는 노예다. 전쟁은 평화다.』
「조지·오웰」이『1984년』이란 명저에서 풍자한 공산독재자의 구호다.
이 두개의 영상이「오버랩」되어 던지는 몸서리치는 공산독재자의「이미지」가 지난날 우리가 당했던6·25전란의 사태와 결부된다.
각 방송국에서TV국에서 6·25전란을 내걸고 혹은「라디오·드라머」로 혹은 TV「드라머」또는「다큐멘터리」영화로 방영되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매해6·25만 되면 우리는 판에박은 듯이 거의 같은 방식으로 얄팍하게 흘러보내는 평면적인「프로」들을 봐왔다. 그러나 금년만은 그 감각이 다르다.
그것은 종래에 다만6월25일을 전후한 단기「프로그램」편성에 그쳤던 것이 금년에는 각「라디오」·TV국마다 강력한 장기「프로」의 편성으로「액선트」를 둔 까닭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때마침「미군감축」이란 국가안보에 커다란 문제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가장 시기를 적절히 맞춘 계획적 편성이라고 찬사를 올리고 싶다. 왜?
미군감축문제는 벌써 작년 미군의 월남철수가 확정되었을 때부터 이미「매스컴」에서는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일반국민들은 이 사실이「매스컴」에 잘 반영이 안되어 몰랐을 따름이다.
국가안보상 할 수 없었다는 고충(?)도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뭏든 뒤늦게나마 미리 짐작을 하고 미리 계획해서 대대적으로 방송과 TV에서 몸서리나는 6·25의 참혹한 인상을 시청자에게 강하게 못박아 주고 미군감축에 대한 거국적인 여론조성에 크게 도움을 주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현대라는 가치의 혼란기에서 평면적인 현실주의에 매달려 단순하고도 조잡한 이원론으로 서로가 절대라고 튀각 다툼만 하던 국회에서조차 이 문제에는 여야가 일치된 거론을 발표했다. 그러나 자주국방이란 실감을 이토록 절실하게 느끼게 한 그 동인을「라디오」와 TV에서 재빨리 포착한 것은 가상하다하더라도, 좀더 나아가서 관민방이 서로 협동해서『감군에 대한 TV「심포지엄』을 대담하게 벌여 오늘의 문젯점을 깊숙이 파고 든다면 어떨까?
노야세대는 물론 여야인사 그리고 학계와 군사전문가 등, 우리일반대중이 알고싶고 대처해야할 장래를 생각하는 대화의 광장을 만들어 감군 반대의「캠패인」을 벌였으면 하는 생각이 뒤늦게나마 절실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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