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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우유 가공과정과 대장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농림부는 대장균과 잡균이 우글거리는 우유를 전면 폐기하는 등 강력한 조처를 취해 달라는 보사부의 요구에 난색을 표해 국민을 놀라게 했다. 낙농진흥을 위해 심한 단속을 하지 않겠다는 농림부는 국민의 보건보다는 업자 편을 아끼는 듯한 인상이다.
『누구의 돈벌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이 구정물을 마셔도 좋다는 말이냐』고 직접 대장균을 검출했던 보건 관계관은 펄쩍 뛴다. 현재 시판중인 우유는 검사결과 1cc당 3만∼5만마리의 대장균이 우글거리고 있다. 한병에 9백만마리까지 든 셈이다.
현 식품규정에 의하면 시판하는 생우유는 1cc당 10마리 이하라야 하고 살균한 즉시 10도 (섭씨)이하에서 계속 보존하게 되었다.
우유에 대장군이 들끓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대강균 자체는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드물게 병독성의 것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대장균은 식품의 위생상태를 반영하는 척도가 된다. 즉 대장균 고향은 대변이다. 대장균이 있는 곳에는 역시 사람의 장내에서 기생하는 이질 및 장티푸스 등의 병원체가 있을 가능성을 가졌고 대장균이 많은 만큼 잡균도 많아 더러운 것을 입증한다.
요즈음처럼 긴 장마로 수인성 전염병이 만연하기 쉬운 때일수록 큰 위협이 되는 것이다.
대장균은 사람이나 젖소 등 동물의 대장에서 자라는 것과 자연 속에 서식하는 것, 병독을 일으키는 것 등으로 전문가는 대별하지만, 이번에 보건연구원이 검출한 대장균군 (모두 합친 것) 속에는 바로 대변에서 자라는 대장균이 70%이상 혼합돼 있음이 2차적인 보다 상세한 검사에서 밝혀졌다. 현물채취에서부터 20여 가지의 2차 검사에 이르기까지 1개월여나 걸린 검정결과다. 9백만 마리의 70%면 6백 30만 마리가 위생의 척도가 되는 대장균이 병독성 균의 여부는 이것을 다시 실험용 생쥐에 「테스트」해야 하는데 여기까지는 검출하지 않았다.
생우유는 단백질·유당·「비타민」·무기질 등 풍부한 영양분이 들어있고 중성 또는 약「알칼리」성이기 때문에 식이식으로도 쓰이며 병약자·어린이의 건강식에 환영받는 고급식품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3만 5천t이 소비된다.
우유는 각 목장에서 수거한 것을 고열 소독한다. 70도 내외에서 유해균의 소독만하는 미온적인 방법이나 영양가의 손실을 막는 가장 적당한 처리법으로 보급되었다. 따라서 유산균 및 기타 잡균은 살아있다. 소독이 끝나면 즉시 10도 이하에서 보관하고 이것을 다시 냉동차로 운반, 하치장 역시 냉장고에 보관해야하고 소매상 및 소비자의 손에 이르기까지 냉장되어야 한다.
보통세균은 30분에 1회씩 두배로 분열한다. 이론적으로는 1시간후면 한 마리가 네 마리, 8시간후면 6만 5천, 18시간 후면 10억마리의 놀라운 속도로 증식한다. 현재처럼 냉동 「시스템」망이 되어있지 않은 우리실정에서 신선한 목장우유는 바랄 수 없다.
이보다 앞서 우유의 소독에서도 문제가 된다. 작년에 공장 측의 요구로 보사부의 미생물담당관이 현장에 출장하여 면밀하게 대장균의 오염「루트」를 검색한 일이 있다. 이때는 각 공정에서 모두 합격하여 찾아내지를 못했다.
즉 시설 및 방법은 완전한 것이다. 어디서 오염되는가. 감독 소홀, 종업원의 위생관리, 화장실 출입시의 손, 신발의 흙, 옷 등에서의 오염, 공중에 떠도는 흙먼지 속의 대장균의 침입을 막지 못하는 등 작업장의 준칙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소독 후 우유를 쏟을 때와 「컨베이어」를 타고 가는 통로 등을 「비닐」로 폐쇄하여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소비자는 스스로 우유를 먹지 않는 길밖에 없다. 끓이면 살균이 되겠지만, 맛·영양손실로 목장우유를 먹는 목적을 잃게 된다.
영양도, 병균도 먹지 않는 것만이 현재로는 상책이다. <김현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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