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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실의의 땅에 땀의 격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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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해=나오진기자> 수마에 할퀸 채 실의에 찬 김해평야에서 상아탑의 지성이 지게를 지고 활력을 나른다. 부산대 1백 6명의 학생과 5명의 교수로 구성된 근로봉사단은 지난달 18일의 폭우로 전국에서 가장 수해가 심했던 김해평야로 달려가 7월 30일∼8월 7일 「펜」대신 삽을 들고 「리어카」를 끌고 지게로 흙을 날라 하루 7시간반의 노동을 하면서 복구작업에 나섰다. 이들의 작업내용은 떠밀려 흔적조차 없어진 둑을 다시 쌓아 낙동강의 물길에서 김해평야를 보호하는 일이다. 삼복더위도 잊은 이들은 6개반으로 편성하여 1반∼3반의 53명은 김용욱 교수(법대) 장혁표 교수와 함께 김해군 진례면 한복판을 가로질러 흐르는 낙동강의 지류 진례천의 둑을 쌓았다. 김정선 교수(상대)와 황창선 교수(공대) 최동 원교수(문리대)가 인솔하는 4반∼6반의 53명은 이북면에서 둑을 쌓고 도로를 북구했다.
『농민들이 피와 땀으로 일군 한 뼘의 농토라도 다시 찾고 수재에서 보호하자』고 젊은 지성들이 모인 근로봉사단은 지난달 29일 동교 운동장에서 결단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신기석 총장은 『현지에서 가장 적절한 활동내용을 찾고 농민들에게 재기의 의욕을 북돋게 하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장마 뒤 섭씨 33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서 준례국민교 교실을 숙소로 정한 진례천 부대는 높이 3m, 너비 4m, 길이 80m의 둑을 재생시키는 일을 했다. 이 둑이 무너지자 주위의 옥답이 삽시간에 자갈밭으로 변한 허허벌판에서 그들은 땅을 파고 흙을 나르며 『땀 흘리면서 더위를 잊는 이열치열의 근대화된 피서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자갈을 파내어 지게로 져다 둑을 쌓으면서 흘리는 땀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자신도 지게를 졌다는 김용욱 교수는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된 얼굴로 활짝 웃어 보였다. 이북면 부대는 동네 어귀에서 하는 일이라 50m의 둑을 쌓는 동안 더 많은 격려를 받으면서 우쭐하기도 했다. 동네처녀들이 보리차를 끓여다 주기도 하고 면장 김한영씨는 『부락의 부녀자를 동원하여 학생들의 땀에 젖은 옷을 빨아 주도록 하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인솔자인 김정선 교수는 민폐를 끼치지 않기로 했다는 봉사활동 지침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사양했다.
이들은 또 「하루 세번 맞추기」를 행동강령으로 정하고 지켰다. ⓛ아침에 손 맞추고(악수) ②낮에 발 맞추고(작업) ③밤에 입 맞춘다.(모여 앉아 그날의 일을 평가, 계획한다)가 그것이다. 아침 6시∼8시 작업 후 아침밥을 먹고 9시 30분∼12시 작업, 점심을 먹고 4시까지 휴식, 4시∼7시 또 작업을 했다. 공인수군(법대 행정과 3)은 삽질로 부르튼 손바닥을 내보이면서 『「덤프·트럭」 한 두 대 만이라도 지원 해줬으면…』하고 능률적 작업을 위한 중장비 지원을 아쉬워했다.
열홀 동안의 작업을 마치면서 한여름에 무더위의 한복판을 찾아왔던 이들은, 그들이 해놓은 일이 새삼 대견한 듯 진례천 변에 쭉쭉 뻗어나간 든든한 새 둑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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