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원폭 피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지금부터 꼭 25년 전, 일본 「히로시마」(광도) 상공에 날아온 단 l대의 미군 B-29폭격기는 원자폭탄이라고 하는 가공할 신 폭탄을 투하했었다. 9월에는 「나가사끼」(장기)에도 같은 폭탄이 떨어졌다.
이때의 희생자는 광도시에서 만도 20만명이나 됐다. 8월 6일이라는, 이 악몽의 날을 추도하기 위해 세워진 광도시의 평화공원에는 『고이 잠들라, 그 과오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고 간단히 적힌 기념비가 서 있다.
원폭 투하가 과오였는지 아닌지, 필요했던 것인지 아닌지는 지난 25년 동안 특히 미국 내에서 수 없는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최근의 「타임」지 (8월 10일자)는 『그것은 다만 보다 큰 악 대신에 보다 작은 악을 택했다는 것 뿐, 여전히 한 과오였음을 시인치 않음 수 없다』고 논하고 있다.
분명히 원폭의 투하로 수백만명에 걸친 쌍방의 희생을 면할 수 있게 했고 또 전쟁의 종결이 단축됐다. 그렇지만 일본이 완전히 전력을 상실한 막바지에 원폭 이외의 수단을 강구할 수는 정말 없었을까? 그 폭탄의 위력을 그저 시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이래서 일본의 최고 정책 결정자들이 목격하기에는 너무 거리가 먼 광도에 투하한 것도 잘못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광도에 투하된 원폭의 파괴력을 그들이 충분히 분석할 여유를 주지 않고, 또다시 장기에 같은 성질의 폭탄을 투하한 것도 너무 시기상조였다고 「타임」지는 보고 있다.
그러나 동지는 광도의 신화가 그후 핵무기사용의 유혹을 강력하게 막는데 가장 큰 힘이 되었다는 사실을 아울러 지적하고 있다.
광도의 악몽은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오늘날 더욱 우리를 괴롭혀주는 망령이 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25년 전의 원자탄 한개는 광도시 하나만을 폐허로 만들었지만, 지금의 원자탄 한개로 5천의 광도시를 전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까맣게 잊고있는 사실이 있다. 한국인의 원폭 희생자가 5만명이 넘는다는 사실이다.
지난 5일 일본에서 전후 처음으로 이들을 위한 추도식이 거행됐다. 그러나 한일 양국정부로부터 외면 당한 채 홀로 시름을 달래고 있는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에 대한 자료수집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들에 대한 구호에는 손도 쓰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일본의 전문병원들도 이들에게는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
광도의 악몽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그것이 전 인류에게 있어 평화에의 기원으로 아름답게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상처를 말끔히 씻기 위한 인류애의 발휘가 있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