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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합의사항대로 법제화를|송원영(신민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신민당이 제출한 선거관계법 (대통령 선거법·국회의원 선거법·선거관리 위원회법) 개정안은 한국정계를 반신불수로 만드는 근본 원인인 부정선거를 우선 법제도상으로라도 막아보려는 비통한 몸부림이다. 오늘날 야당을 하는 사람들과 뜻 있는 많은 국민은 너무나도 공공연하고 엄청난 부정선거에 치를 떨고 있다. 하나하나 열거할 수조차 없는 악랄하고 창피스러운 부정선거 사례들은 이 땅의 도의기준을 떨어뜨리고 관기를 짓밟고 정치적 악순환을 끝 가는데 없이 몰고 간다.
만일에 이 상태가 그대로 명년 선거에 재연된다면 우리나라는 민주공화제라는 국체 그 자체에 종지부를 찍게될 것이다. 우리는 이 위급한 사태를 직시하면서 나라의 장래를 위하여 선거관계법 개정안을 내놓게 된 것이다.
이제 그 중요 골자를 간추린다면 우선, 선거관리사무의 기본이 되는 선거인 명부의 작성권을 현재의 행정관서에서 선관위로 넘기자는 것인데 이는 과거에 유령 유권자를 명부에 등재하여 대리투표를 시키던 폐습을 막자는 것이다.

<야 선거위원 매수 막아야>
둘째, 야당추천 선거위원의 거주요건 제한을 철폐하고 또 수시 교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야당 측 선거위원의 구득난과 매수, 협박 등에 의한 직무포기를 막자는 것이다.

<과거의 부정유형 소지 제거>
셋째는, 투표 통지표를 돌릴 때 야당 측 인사가 입회할 수 있게 하며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교부할 때도 여야 참관인이 가인토록 함으로써 투표권의 보호와 부정투표용지의 난무를 사전 방지토록 하며, 넷째, 선거운동제한 규정을 일부 완화함으로써 야당에만 일방 적용되던 몇 가지 금지사항을 터놓자는 것이며 벌칙을 강화하여 특히 공무원의 선거관여를 중벌하자는 취지를 조문화하였다.
여기서 50여 조항에 이르는 개정안의 내용을 다 설명할 수가 없지만, 요컨대 우리의 개정안은 과거의 몇 차례 선거를 통하여 뼈저리게 체험하였던 부정의 유형을 현행 법조문으로라도 막아보자는 것이며 인구가 너무 팽창한 일부지역의 선거구를 분할하자는 것인 만큼 부정선거를 기도하지 않는 이상 이 안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물론 부정행위를 막으려는 일념에서 어떤 경우는 선거관리사무의 지연을 초래케 한 부분도 있고, 선거기간 중 행정의 신속이 저해되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이 공명선거에로의 길잡이가 된다면 이에 따르는 일부 부작용은 극히 미소한 문제로 끝날 것이다.
원래 이 선거관계법 개정안은 작년 가을 개헌파동이후 경색된 정국 타개의 한 방안으로 여야 총무 「레벨」에서 난상 토의가 거듭되었으며 그 결과 정해영 김진만 두 총무와. 또 공화당 측의 김용진 의원 신민당 측의 우홍구 의원 등 두 실무의원이 합의 서명까지 완료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서명이 있기까지는 여당 측의 최고위층의 양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합의 백지화는 국민 우롱>
따라서 내무위원회로서는 양당의 합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입법하는 작업에 치중함이 당연한 것이다. 이제 와서 구차한 형식논리를 펴서 내무위원회가 백지 위에서 개정안을 다룬다는 것은 한낱 연극에 불과한 것이다. 아직은 공화당 측의 태도가 어디에 있는지 속단하기 어렵지만 만일 총무 「레벨」에서 합의한 것을 내무위의 여당 측 위원이 거부하고 나온다면 이는 공화당이 당직자와 소속 내무위원끼리 짜고 야당과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단정치 않을 수 없다.
지금 여당은 만년권세를 누릴 듯 싶지만 정권은 유한한 것이며, 교체되고야 마는 것이다. 부디 공화당은 나라의 긴 앞날과 또 스스로의 내일을 생각하고 선거관계법 개정에 인색치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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