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학 총장 수필 「릴레이」|미국의 대학을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대학생의 자세는 그 나라의 현재를 반영하고 그 사회의 장내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국의 대학생들도 미국의 고민을 노정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선입견을 갖고서 미국에 갔었다. 그런데 미국에 가서 직접 느낀 것은 미국 대학생들의 견해의 차이에 따라 과격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고 동양적인 충고 방식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언급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양국의 대학생들은 주어진 자유보다도 더 무겁고 냉혹한 쇠사슬에 묶여 있는 것 같이 생각됐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학점을 따지 못하면 학교를 곧 떠나야 한다는 차돌 같이 엄격한 규제가 그것이다.
어느 교수를 막론하고 엄격하고 냉정한 척도로 학우들의 실력을 측정하고 판정하고 있으니 공부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 미국 대학생들의 위치인 줄 안다. 누릴 수 있는 자유는 많아도 자유롭고 안일하게 보낼 수 없는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아니하고 무자비할 정도로 공부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 미국의 대학 교육인 것 같다. 우리 나라에서는 초등 학교 때, 중·고등학교 때에 바빠지게 주입식 공부를 강요당하고 있는데 미국은 대학 교육이 가장 어렵고 실력을 붙일 수 있는 기간인 것 같았다. 대학 이전의 교육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을 것도 쉽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점에서는 대학 교육을 받는 기간이 인생의 장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어떤 미국 대학교의 말을 인용한다면 대학에 처음 입학한 첫 1학기 때는 교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신입생들이 등록을 하는데 2학기 때 보니 식당이 텅 빌 정도로 학우들이 학교를 떠나 버리더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점에서는 우리 나라 학생이나 교수 그리고 학교 당국자들도 반성해야 하고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의 대학은 학생만의 공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들에 대해서도 무자비한 척도와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연구하고 실력 있는 교수와 나태하고 게으른 선생을 엄격히 구분하고 학기마다 교수를 도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실력 있고 연구하는 교수가 특별한 사유 없이 밀려나는 경우도 거의 없는 것 같았다.
미국의 대학은 움직이고 살아 있고 앞을 내다보며 굴러가는 공장같이 보였다. 새로운 이론을 연구하고 새로운 기계를 만들어 내고 졸업 후에는 즉시 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 소유자를 키워 내고 있는 곳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실사회에서 당장 일할 수 없는 그 따위의 낭비가 없다는 것이다.
일반 사회와 거리가 먼 교육 보다 일반 사회와 직결된 교육이 눈에 뛴다는 것이다. 시설이 좋고 교수가 훌륭하고 풍부하다는 점도 중요 하지만 검소하고 결사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자세가 무엇보다도 부러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