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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명가로 재도약, 워크아웃 졸업할 기반 만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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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금호타이어가 경기도 용인시 지곡동에 완공한 중앙연구소 전경. [사진 금호타이어]

“연구소는 기술의 원천을 만드는 곳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한 투자를 했다. 앞으로 3년간 인력·설비를 보강해 ‘기술 명가’로 재도약하겠다.”

 금호타이어의 연구개발(R&D) 허브 역할을 하는 중앙연구소가 2일 경기도 용인시 지곡동에 문을 연다. 개소식에 앞서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난 김창규(60) 금호타이어 사장은 ‘재도약’을 유난히 강조했다.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연구소 가동을 계기로 ‘기술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것. 금호타이어는 올 상반기 매출 1조8789억원, 영업이익 1757억원을 기록했다. 김 사장은 “기술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 실적으로 워크아웃 졸업 기반을 만들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내실을 다지고 영업력을 강화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대지 3만4873㎡, 연면적 2만2823㎡ 규모로 지어진 용인 연구소는 금호타이어 재도약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맡는다. 신제품 시뮬레이션 때 주로 사용하는 12억원 상당의 수퍼컴퓨터, 원료 성분을 정밀 분석하는 핵자기공명설비 등을 새로 들여놓았다. 2008년 첫 삽을 뜬 이래 건설 장비·기자재 도입 등에 현재까지 1000여억원이 투입됐다.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한 셈이다. 김 사장은 “타이어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R&D를 통한 신제품 개발 능력에서 판가름 난다”며 “채권단도 투자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650여 명인 연구인력과 매출 대비 2.65%인 R&D 비중을 2017년까지 각각 1000명, 3.16%로 늘리겠다는 투자계획을 제시했다.

 그룹 총수인 박삼구(68) 회장의 의지도 반영됐다. 한창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던 올 1월 연구소를 찾은 박 회장은 “이곳에서 금호타이어의 기적을 만들어보자”고 주문했다. 그는 “생각하고 생각하면 귀신같이 통하고, 귀신같이 답을 얻게 된다(思之思之 鬼神通之)”는 중국 고사를 인용하면서 R&D에 매진할 것을 당부했다.

 최근 세계 타이어 업계의 기술 트렌드는 고성능·친환경 제품 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연구소 전시장은 ‘똑똑한 타이어’ 경연장으로 꾸며놨다. ▶공기압과 교체 시기·지면 상태 등을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스마트 타이어 ▶운전자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는 ‘알파사운드’를 내는 ‘로드 비트(Road Beat)’ 타이어 ▶옥수수·민들레 추출물 등으로 만든 ‘에코 타이어’ 시제품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은 생소하지만 새로운 소재와 기술이 개발되면서 미래 자동차에 적용될 제품들”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타이어 업계의 화두는 해외시장 개척이다. 자동차 시장 호황에 힘입어 성장세가 두드러진 중국·미국 등에서 본격적으로 승부하겠다는 것. 김 사장은 미국 조지아공장 건설 재개, 중국 난징공장 이전 등 해외 현안에 대해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두 군데 모두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사업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인도네시아 치카랑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헝가리 라찰마쉬공장 증설, 중국 충칭공장 증설 등을 동시 추진 중이다.

용인=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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