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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파국 조총련 (상)|구전 대회 중지와 암투의 내막|<동경=조동오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재일 교포들을 괴롭히던 조총련이 마침내 내부 분열을 일으키고 파국을 향해 달리고 있다.
조총련 (재일 조선인 총 연합·본부 동경 천대전구 부사견·의장 한덕수) 의 내부 분열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싹터 왔지만, 노골적으로 표면화하기는 처음. 결과에 따라서는 일대 숙청의 피 바람이 불든지, 아니면 두개로 쪼개지든지 결말이 날 것 같이 심각하다.
곁으로 단결된 힘과 강력한 조직을 자랑해오던 조총련은 공산 집단의 생리대로 안으로는 한덕수·김병식의 독선과 탄압·파벌·모함 등 온갖 추악한 암투가 도사려 왔으며 마침내 조총련이 생긴지 15년만에 추악한 단면을 드러낸 것이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조총련의 분규, 권력 싸움, 주류파·반 주류파의 계보와 갈등 등 대부분 파의 전모를 살펴본다.
조총련 간부 사이의 분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5월25일 동경에서 열리기로 되었던 제9차 전체 대회가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가 개회일 2주일 앞서 아무런 해명도 없이 갑자기 중지되었을 때부터이다.
소위 구전 대회가 중지된 것은 북괴 노동당의 지시에 따른 것임은 분명하다.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는데 그것은 한덕수로서는 이 대회를 연기하거나 중지시킬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 대회 중지의 이유는 아직껏 한마디도 밝혀진바 없으며 북괴 측도 이 대회를 전혀 갑작스럽게 다급하게 중지 시켰다는 것이 여러모로 드러나 조총련 내부에 이 대회를 열 수 없을만한 긴급한 사정이 돌발했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즉 북괴는 이 구전 대회에의 선물을 5월12일에 이미 조련계 선박 송수구 편으로 「후꾸이껭」(복정현)의 「쓰루가」(돈하) 항에 보낸바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북괴는 이 선물을 선적할 당시까지는 대회가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믿었던 것이 틀림없다.
전체 대회라는 것은 조총련의 이른바 최고 의결 기관으로 3년에 한번씩 5월에 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대의원 총수는 67년의 8차 대회 때 기준으로 1천4백55명이나 되며 조총련의 기본 정책, 활동 방침, 중앙 위원회와 감사 위원회의 사업 보고에 대한 심의 결정, 예산·결산의 심의, 강령·규약의 심의 채택, 의장단·중앙위원·감사위원을 선출하는 이른바 조총련 운영의 기본을 결정하는 회의로서 그들에겐 가장 중요한 회의가 되는 것이다.
이같이 중요한 대회가 이유 없이 중지된데 대해서 조총련 내부는 물 끓는 듯한 분규 속에 휘말리고 중앙위 의장인 한덕수와 심복인 부의장 김병식을 두목으로 하는 주류파와 이에 반대하는 반 주류파로 나뉘어 서로 상대방을 헐뜯고 격렬한 대립을 표면화한 것이다.
반 주류파들은 이것이 곧 김일성을 등에 업고 구설을 일삼는 한·김에 대한 불신임이라고 환영하고, 이 기회에 한·김의 비리를 캐내기를 적극 바라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가하면 한·김은 조총련에서 가족주의·지방주의·파괴 분자를 제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조총련의 이 내부 분열의 싹이 튼 것은 약 10년 전부터이다.
한덕수는 자기의 세력이 조직 속에 웬만큼 파고 지녔다고 믿은 반면에 자기의 조카사위인 김병식을 서열을 무시한 채 부의장에 올려놓았었다. 한은 금융 후계자로 삼으려고 무리를 했다는 것이다.
한의 이 같은 처사에 대해서 조직 내에서 반발과 비판이 빗발치자 한은 의장의 직권을 발동, 반 주류파인 이심철 제1부의장, 노병우 부의장, 이윤우 구월서방 사장 등 조총련의 원로급과 안흥갑 인사 부장, 송관호 감사위원 부위원장 등 많은 중견 간부를 북괴로 하여금 소환케 하고, 김민화 조선신보 사장, 김병소 조선통신 사장, 서금안 여맹 고문, 서영호 상공회이사장 등 지도층 인물을 제거하고 조직부장·사무국장 등을 역임한 감사 위원장 김영근, 이동준 조직부장, 하수도 조직부 부장, 김상권 사무국 차장, 김영자 여맹 부위원장 등을 해임하거나 좌천시키고 마침내 한·김 라인의 주류파 파벌을 이룩했던 것이다.
이 독재 라인 구축에 성공한 한·김은 헤게모니의 유지를 위해 조총련 간부 등에게도 감시자들을 미행시켜 공산당의 체질대로 상호불신, 상호감시의 조직을 만들어 권력을 유지하는 한편 비주류파들의 행동을 평양에 허위, 또는 과장하여 보고, 처벌받게 하는 등 온갖 독재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믿을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한덕수의 성격은 시기심과 질투심이 강하고 개인 중심의 영웅주의에 사로잡혀 권모 술수를 있는 대로 다하여 독재 지배 체제를 확립했고 김일성의 신임을 미끼로 재일 교포 사회에서의 김일성을 꿈꾸어 파벌 형성에 현안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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