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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지의 풍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요즘 산을 타다 보면 으슥한 골짜기에 가끔 미혼 남녀들의 동거 캠프를 발견하게 된다. 때로는 남녀 고교생의 잡거 캠프도 눈에 띄는데, 이번 방학에는 이것이 금지된다니, 좀더 강력한 조치 있기를 바란다. 작년 여름 남해도 상주 해수욕장에서는 수상한 남녀의 동거 캠프를 향토 예비군들이 자진 조사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속임수를 써도 주민등록증 하나로 간단히 가려내고 있었다. 그리고 남녀의 부모에게로 연락을 한다고 했으니 방법은 멋진 것이었다.
여름방학의 무전 여행도 그렇다. 필자는 제주도 육지에게서 가끔 하소연을 듣는데 제주도는 여름방학이면 무전 여행의 고교생들이 몰리는 곳이다. 그 민폐는 이만저만이 아니며 작당하여 침식을 강요하고 강매 행위로 나서는 등 절대로 방치할 문제가 아니다.
해방 후 구미의 생활 문화가 젊은 세대에게 매력을 풍기며 들이닥치고 있는데 그 외래의 생활 양식이나 풍조를 비판 없이 마구 모방함이 과연 진보의 입장인양 착각하고 있는지 자못 걱정이다. 그중 성 관념이 급속도로 변모되어 가고 있다니 우리가 과연 서구식 「플레이·보이」나 비틀즈를 받아들일 처지에 있는지 맹성이 요망된다. 수해가 덮치어 농민이 울상이며, 안보 문제로 불쾌지수가 더 해가고 있는 이 마당에서 내일을 바라보는 양식의 젊은 세대라면 타락된 외래 양식의 모방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제 「풍기 순화 기간」이 설정되었으니 젊은 세대뿐 아니라, 서울 근교인 도봉·정릉 등 계곡 초입에서 남녀 기성 세대의 주정가, 엉덩춤의 추태 군상도 일소해 주길 바란다. 느느니 간이 술집이요, 들리느니 장구 소리임을 사직 당국은 모르는가? 근대화의 전진, 자조·자립·자주의 구호 뒷말에 이러한 행정의 헛점은 「견사 생풍」격으로 일소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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