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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하는 「히드」내각|영 보수당 정권 1개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24시간 동안 해가 지지 않는다』던 대영제국의 그 찬란한 권위는 이제 아무데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영국이 2등국으로의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도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지난 6월18일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말하자면 영 국민의 향수에 젖은 『영국재건』에의 강한 의지가 표현된 것으로 풀이되기도 했다.
따라서 「에드워드·히드」호의 출범은 히드의 정책이 윌슨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내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히드호는 출범한지 불과 1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고전하는 모습이 더욱 뚜렷해 가고 있다.
북부 에이레 지방의 종교 분쟁, 이와 연관된 의회내 최루탄 소동, 부두 노동자들의 총파업, 대남아 무기 판매 결정에 따른 부작용, 수에즈 이동의 영군 잔류 결정후의 문제점, EEC가입 문제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난제들이 꼬리를 물고 히드 내각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난제들이 반드시 히드 수상에 대한 도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북부 에이레 지방의 종교 분쟁이나 부두 노동자들의 파업 같은 것은 영국의 고질적인 문제들이기 때문. 다만 이 두가지 『사건』이 히드 내각의 등장 직후 돌발한 것은 신임 영국 수상이면 반드시 겪어야할 하나의 『시련』에 불과한 것이며 그가 이 시련을 얼마나 솜씨 있게 처리해 나갈 수 있느냐 하는데에 그 요체가 있는 듯 하다.
이 두 가지 난제들은 아직 까지 뚜렷한 결론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으나 이것으로써 보수당 정권의 능력을 평가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왜냐하면 히드 내각이 상면한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문제들보다는 경제 문제며 이와 관련된 외교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보수당은 이번 선거의 공약으로서 15억 파운드 (약 36억 달러) 감세를 내세웠다. 이 15억 파운드의 염출과 무역 수지의 역조 (6월 한달 입초 1억2천만 달러는 난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대외적 공약이기도한 수에즈 이동의 영군 잔류에 따른 유지비는 히드 내각을 더욱 헤어나기 힘든 궁지로 몰아 넣게 될 것이 엿 보인다.
수에즈 이동 영군의 주둔은 떨어져 가는 영국의 위신을 그런데로 붙잡아 둘 뿐만 아니라 영군 잔류의 공약은 미국 정부를 즐겁게 할만큼 미영 관계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15억 파운드의 감세와 수에즈 이동군 잔류는 히드 내각으로 하여금 비상 활로를 찾아 헤매게 하고 있다.
이 무렵 발표된 남 「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한 무기 판매 재개는 히드 외상이 여러 차례에 걸쳐 『해상 방위가 목적이며 인종 차별 정책의 유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변명했어도 경제 위기에 쫓긴 궁여지책이라는 소리를 면치 못하게 되었다. 이 발표는 즉각 국내에서는 야당·매스컴의 비난을 불러 일으켰으며 「탄자니아」「우간다」인도 등 여러 영 연방국들은 연방 탈퇴를 위협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사상 유례없는 역전승을 거둔 히드 수상의 등장으로 『70년대 새로운 영국』의 이미지를 꿈꾸던 사람들까지 『벌써 몰려버렸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제 이 어려운 시련 속에서 히드호의 향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다시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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