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보기엔 녹취록 충격적 나도 내용이 납득 안 돼 당혹”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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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정동 기자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의 국회 제출이 임박했다. 새누리당은 2일 예정된 정기국회 개회 직후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서라도 체포동의안을 처리하자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전략홍보본부장인 민병두 의원은 “민주당이 종북세력과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밝혔다. 통진당 이상규 의원도 “국민 시각에서 보면 잘못된 발언”이라며 같은 당 소속인 이 의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당혹스러웠다. 내용이 너무 납득이 안 가고,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군사적 혁명을 꿈꿨던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통합진보당 이상규(48·사진·서울 관악을) 의원은 이석기 의원의 5·12 회합 녹취록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녹취록 내용이 ‘국정원의 날조’라는 이 의원이나 진보당의 공식 주장과는 다른 발언이다. 그는 “국정원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더라도 (이번 사태는) 진보당이 잘못한 것 아닌가, 녹취록을 접해 보니 어마어마하고 충격적이라는 게 국민들의 일반적인 시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기 의원의 발언이 국민들의 의식과 동떨어졌음을 시인한 것이다.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로 지목된 5·12 회합에 대해서도 “정당의 공식 행사라기보다는 동호회·지지자들의 모임 같은 성격”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정원이 개혁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고도의 정치적 의도를 갖고 발표 시기와 내용을 절묘하게 선정했다”며 “국정원과 통진당 둘 중 하나는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법대 83학번인 이상규 의원은 1988년부터 노동·청년운동을 해오다 97년 권영길 전 의원의 ‘국민승리21’에 입당했고 민주노동당을 거쳐 지난해 4·11 총선 때 통합진보당 후보로 당선됐다. 그는 경기동부연합 계열로 분류됐으나 지난해 “북한의 3대 세습은 국민이 동의하기 어렵다. (진보 진영이) 평화적인 핵도 반대하는데, 북핵도 반대해야 한다”고 밝혀 당권파와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녹취록 내용을 어떻게 보나.
“녹취록에 나오는 얘기들만 놓고 보면 놀랄 만한 대목들이 있다. (내가) 학생운동 하던 때는 이보다 더한 얘기를 하는 시절이었지만 과연 지금 군사적 혁명, 이런 게 가능한가.”

-거기에 모인 멤버는 누구인가.
“학생·노동운동을 오랫동안 하면서 맺어진 사람들, 두 번의 분당을 거치면서 진보당에 남아 있는 탄탄한 당원들이다.”

-그 멤버 중 본인은 왜 없었나.
“내가 아무래도 당권파의 성골이나 진골이 아닌 모양이다. 학생운동 때부터 늘 변두리에 있었다.”

-그 모임을 RO라고 봐야 하나.
“모인 사람들 사이에 조직적 체계와 구성이 있었느냐가 쟁점인데, 그점은 국정원도 법리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은 당원들의 정세 토론 모임이었다고 하니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 거다.”

-이석기 의원이 모두발언을 했다. 이 의원이 RO의 대표인가.
“경기도당 위원장 말로는 이 의원은 ‘강연’을 했다고 하니, 서열적 개념은 아니다.”

-현역 의원이 그런 내용의 강연을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믿을 만한 당원들이 왔다고 하니까 과했던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 ‘전쟁을 맞받아치자’는 말이나 미국에 대한 표현이 거칠었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총기 준비를 지시한 건 없는데 부풀려진 부분도 있다. 그런 옥석은 가려야 한다.”

-이석기 의원은 녹취록 내용이 ‘국정원의 날조’라고 비난했다.
“한두 개 적절하지 못한 단어가 나왔더라도 ‘체제 전복을 위한 내란음모’로 보는 건 과도하다는 뜻일 거다. (이 의원이) 편한 자리에서는 어투가 워낙 강한 사람이다. 방송에서도 ‘종북보다 종미(從美)가 더 문제’라고 했듯이. 내용은 (평소 생각보다) 아주 돌출형은 아니다.”

-녹취록이 나온 뒤 통진당 측의 말이 바뀌었다.
“아침에 언론에 녹취록이 보도된 뒤 김홍열 위원장과 당사자들이 당 지도부를 찾아와 ‘(5·12 회합 때) 모인 건 맞다’고 밝혔다. 나를 포함해 당 지도부가 ‘있는 그대로 얘기해야 한다. 한번 짜맞추기 시작하면 눈덩이처럼 불어나 들통 난다. 그 과정에서 잘못한 게 있다면 사법적 처벌이든 정치·도덕적 지탄이든 감내해야 한다’고 그들을 설득했다.”

-녹취는 누가 했을까.
“녹취록이 있다면 국정원이 도·감청했거나 국정원이 심은 당원, 혹은 내부에서 염증을 느껴 제보한 사람이 있었을 수 있다. 그가 왜 녹취를 해 국정원에 넘겨줬는지, 또 녹취록에 위·변조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공개된 녹취록은 국정원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 객관적 팩트라고 전제하기엔 문제가 많다.”

-이 의원 등이 북한과 접촉했다는 얘기가 있다.
“현재로선 허무맹랑한 얘기다. 6·15와 10·4 남북공동선언 뒤엔 대규모로 떳떳하게 남과 북의 창구를 넓혀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인공위성이 잠자는 사람 코털까지 확인하는 시대에 밀입북이나 비밀접촉은 말이 안 된다.”

-앞으로 조사에 응할 생각인가.
“적법한 절차라면 원내 제3정당으로서 국민들 앞에 떳떳하게 응하겠지만 부당한 절차에는 전면 대응할 생각이다. 통진당은 좀 과격하고 거칠다. 기득권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저돌적이다. 그걸 선거를 통한 국민의 심판이 아니라 사법적으로 재단하는 건 부당하다.”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이 곧 발부될 것 같다.
“우리야 당연히 부결됐으면 좋겠지만 여당 의원만도 과반수가 넘으니 (동의안이) 통과되면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온라인 중앙일보·중앙선데이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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