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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원홍 증인신문 배제로 반쪽 재판 우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최태원(53) SK그룹 회장의 횡령 사건 항소심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가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원홍(52) 전 SK고문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반쪽 재판’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문용선)는 지난달 29일 열린 재판에서 “김씨가 이번 사건의 결정적이고 중요한 지위에 있는 핵심 인물”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김씨의 증언을 대신할 수 있는 녹취록이 증거로 채택돼 있고 최 회장의 구속만기일인 9월 30일 전에는 선고를 해야 한다”며 최 회장 측에 변론 종결을 권유했다. 지난달 27일 공판에선 재판부가 “김 고문을 불러서 얘기 들을 생각이 없다”며 증인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절차보다 진실 규명이 우선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핵심 증인 없이 심리를 종결하는 건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요청하면서 밝힌 이유에도 정면 배치된다는 것이다.

27일 공판에서 재판부는 “누구라도 재판 결과에 승복할 수 있도록 공소장 변경 절차를 밟겠다”며 “죄명이나 적용 법조문을 바꾸는 게 아니라 범행의 동기나 경위 등을 변경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즉, 최태원 회장이 펀드를 조성하기 전부터 김 전 고문이 개입하고 있었다는 사실관계를 적시하라는 것이다. 재판부가 김 전 고문을 핵심 인물로 규정하면서도 증인신문 절차를 생략하는 건 자기모순이라는 것이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또 사건의 사실관계를 다투는 마지막 재판이 항소심인 걸 감안했을 때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 SK변호인단의 입장이다.

2011년 5월 중국으로 도피해 기소중지 상태에 있던 김원홍 전 고문은 지난 7월 31일 대만에서 체포됐다. 변호인단은 “김씨가 언제 잡힐지 모르는 잠적 상태가 아니고, 체포돼 송환을 앞두고 있다. 진실 규명을 위해서라도 증인 신문이 진행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판부는 “공소사실 구조가 달라진 만큼 충분히 검토하고 답변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측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이달 3일에 추가로 재판을 열기로 했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은 2008년 SK그룹 계열사를 통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중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온라인 중앙일보·중앙선데이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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