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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국의 언어학자 「마리오·페이」의 분류에 의하면 세계에는 2천 7백 96종의 언어가 있다.
이 중에서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이탈리아」어, 러시아」어, 그리고 일본어 등 8개 국어를 알고 있으면 온 세계를 마음놓고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 교수는 다음과 같은 세 개의 기준에 따라 8개 언어를 가려냈다. 첫째 분포지역의 넓이, 둘째 사용자의 수, 세째 그 언어문화의 고도성. 이와 같은 기준들은 쉽게는 각국의 국력과도 관련된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인 경영의 음식점과 세탁소는 어딜가나 없는데가 없을만큼 온 세계에 퍼져있다. 이런 중국인의 언어나, 또 가장 독창적인 언어라고 「H·G·웰즈」가 찬양하던 한국어가 세계적인 언어 속에 끼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지난 23일 한국을 다녀간 일본 외상이 기자회견석상에서 한국 청년들이 일본말을 더 많이 배워야겠다고 말했다 한다.
한·일 양국간의 어쩔 수 없는 유대를 보아서도 일어 교육의 보급이 더 필요하다고 선의로 받아들이고싶다. 그는 일본인도 한국어 습득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덧붙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발언은 자칫 오해를 사기 쉬운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잔뜩 미소를 뿌리고 간 동 외상을 조금도 오해하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오해의 여지가 있는 동안에는 참다운 선의와 우정은 싹트기 어려운 것이다. 아무리 「힘」과 이해관계가 국제정치와 외교의 「모티브」가 된다 하더라도 역시 그 기조에는 선의와 우정이 있어야한다고 기대하고 싶다.
국교가 정상화한지도 이제 5년이 된다. 그렇다고 일본에 대한 우리네의 뿌리깊은 의구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선의를 충분히 일본측에서 표시하지 않고 있는 게 아니냐는 느낌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지도 위의 조선국에 새까맣게 먹칠을 하면서 가을바람을 듣는다.』-
일본인 가운데에는 한·일 합병의 날에 이렇게 읊은 시인도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있다.
그러나 먹칠을 하게 한 일본인이 더 많았다는 사실도 우리는 아직 잊지 않고 있다.
오해는 서로의 선의에 찬 노력의 표현에 의해서만 해소될 수 있다. 선의의 발언이 오해를 산다면, 혹은 그만한 이유가 없는가, 언제나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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