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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사관 활용 어떻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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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광화문 광장에서 바라본 주한 미국대사관. 1961년 미국의 원조로 지은 건물이다. [중앙포토]

서울 세종로 주한미국대사관은 지난 50여 년 대한민국 현대사를 지켜본 근대건축유산이다. 1961년 미국의 원조로 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옛 문화체육관광부 청사)과 8층짜리 쌍둥이 건물로 지어졌다. 유솜(USOM·주한미국경제협조처) 본부로 사용되다 68년부터 미대사관이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대사관은 2011년 한국정부와 이전 협상을 끝내고 2017년 이후 서울 용산 캠프 코이너(Camp Coiner) 부지로 이전한다. 대사관 이전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현 대사관 부지 활용방안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이곳에 공공외교의 거점이 될 ‘세종 글로벌 센터(가칭)’를 짓기로 하고 구체적인 구상에 들어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미대사관 부지까지 확장해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외교·문화 복합공간으로=부지 관할권을 갖고 있는 외교부는 미대사관 이전 후 남은 건물을 ‘외교·문화 복합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허진 외교부 조정기획관은 “국가 위상에 맞는 외교시설을 갖추는 동시에 국민들이 한국 외교사를 보고 느끼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안에 따르면 ‘세종 글로벌 센터’에는 국제회의장과 연회장, 숙박시설 등이 들어선다. 영국 런던의 ‘퀸엘리자베스 컨퍼런스 센터’나 일본 외무성의 ‘이구라(飯倉) 공관’처럼 한국 외교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국에서 열리는 외교관련 행사는 주로 호텔을 이용한다. 관련 예산이 2013년에만 21억 6000만원에 이른다.

 1~3층은 광화문을 오가는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전시 및 교육공간으로 꾸며진다. 청소년을 위한 외교 시뮬레이션 체험이나 외교관련 교육자료 개발 등 교육공간으로서의 역할도 겸한다. 현재 8층짜리 건물을 리모델링 하면서 뒤쪽 부지에 10층짜리 건물을 증축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900억원대로 예상된다.

 ◆‘보존’ 기본원칙 지켜야=지난해 말 개관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이 부지를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현재 박물관의 건축면적(1만 734m2·약 3247평)이 비좁아 전시공간이 부족하고, 유물 수장고도 협소하다는 것이 이유에서다. 이용석 학예관은 “2008년 역사박물관 건립위원회가 구성될 당시부터 중장기 계획의 하나로 나란히 선 두 건물을 박물관으로 함께 쓰는 방안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건축계에서는 건물이 어떤 용도로 쓰이든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해치지 않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기대 건축설계학과 안창모 교수는 “조선시대 육조거리, 서울의 중심부에 서 있는 미대사관은 건축사적·역사적으로 상징성이 큰 건물이다. 보존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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