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콘텐트 외면한 관광대책과 네버다이 위원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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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은 아주 징글징글했다. 7월엔 허구한 날 비만 내리더니 8월엔 밤낮없이 푹푹 쪘다. 유난했던 날씨에 묻혀 그렇지, 이번 여름엔 레저 업계에 의미 깊은 뉴스가 몇 개 있었다. 아니, 이해하기 어려운 뉴스라고 하는 게 더 맞겠다. 지난 소식이지만, 꼭 과거 이야기만은 아니다.

외국인의 방문 이유=정부가 바뀔 때마다 관광산업 육성 정책이 쏟아져 나온다. 박근혜정부도 지난달 17일 청와대에서 전략관광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 건은, 세도 아주 셌다. 레저 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정책 수십 개가 한꺼번에 발표됐다. 이를 테면 선상 카지노 허용, 크루즈 전용부두 설치, 외국인 숙박료 부가세 환급 등은 관광 업계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업계 대부분이 환영한 건 당연한 결과다. 호텔·리조트·여행사 등 레저 업계가 입이 닳도록 떠들던 소위 관광불편 해소를 위한 개선 사항을 어지간하면 다 들어줬으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의문이 불거진다. 외국인이 정말 배에 카지노가 없어서 안 왔을까? 숙박료에 붙은 세금이 아까워서 안 왔을까? 관광불편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도 급하겠지만, 더 중요한 건 외국인을 불러들이는 콘텐트 아닐까? 해마다 외국인 수십만 명이 입장하는, 다시 말해 외국인에게 한국 방문의 목적이 되는 한 테마파크 관계자가 푸념을 늘어놨다.

“정부 지원은 우리가 받아야 하는 것 아니에요? 우리가 있어서 여행사나 호텔이 돈 버는 것 아닌가요? 맨날 말로만 콘텐트 강화 타령이지. 요새 말 많은 전기요금이라도 깎아주던가.”

위원회 또 위원회=‘2010-2012 한국방문의해’가 지난해 12월로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한국방문의해위원회(이사장 신동빈) 활동 시한도 끝났다. 그러나 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지난달 7일 이사회를 열어 한국방문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다시 출범했다. 위원회는 2018 평창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범국가적 관광 캠페인을 추진하고 한국 관광의 질적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재출범한다고 밝혔다.

시한부 위원회는 시한이 되면 접는 게 상식이다. 역할이 남았으면 관계 부문에 넘기면 된다. 정부 부문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있고, 민간 부문에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있다. 평창겨울올림픽을 염두에 뒀으면 올림픽조직위원회 밑으로 들어가는 게 맞다. 그런데 또 위원회다. 위원회 위원 26명 중 한 명은 “위원회 사무국 직원 15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 운운하며 비아냥댔다.

4년전 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민간 주도 기구를 표방하며 출범했다. 그러나 예산 100억원이 들어갔다. 당연히 새 위원회의 살림이 궁금했다. 기존 사업예산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운영예산은 위원회가 벌어서 쓸 작정이란다. 한국 관광의 질적 성장을 위해 바쁠 위원회가 어떻게 돈을 벌까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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