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 넨의 '고속 슬라이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니크로의 너클볼을 치는 것은 젓가락으로 젤리를 떠먹는 것과 같다" 통산 318승을 기록한 필 니크로(명예의 전당 헌액)의 공이 그만큼 치기 어렵다며 한 말이다.

14일(이하 한국시간) 퍼시픽벨파크에서 벌어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 나온 롭 넨의 슬라이더는, 니크로의 너클볼 만큼이나 까다롭게 카디널스를 타자들을 압도했다.

2002포스트시즌에서 5세이브를 기록한 넨은 그동안 포스트시즌 6이닝동안 피안타 7개와 볼 넷 2개를 내주는등 불안한 투구를 계속했다. 정규시즌 73과3분의 2이닝동안 64개의 안타를 맞았던 넨은, 포스트시즌에서는 이닝 수보다 많은 안타를 맞고 팀 워렐-펠릭스 로드리게스등 셋업맨들보다 힘겨운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5세이브를 기록하며 팀의 마무리를 해낼 수 있는 것은 '광속구'와 더불어 위력적인 고속 슬라이더 때문이다. 4차전 9회초 1사 1, 3루에서 앨버트 푸홀스를 삼진으로 잡은 것은 155킬로미터의 직구였지만 푸홀스의 타이밍을 빼앗은 것은 슬라이더였다. 마지막 타자인 J.D 드류를 삼진으로 잡은 것은 왼손타자인 드류의 무릎쪽으로 파고 들어가는 고속 슬라이더.

정규시즌 160킬로미터에 육박하는 위력적인 빠른 볼을 구사했던 넨은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155킬로미터 정도로 구속이 떨어졌다. 하지만 빠른 볼을 대신한 넨의 슬라이더는 카디널스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고도 득점과 연결시키지 못하게 만들었다.

최종전으로 몰린 카디널스에게는 넨의 슬라이더를 공략해야하는 또 한가지 숙제가 생겼다.

Joins 유효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