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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심은 한국문화 단심의 저술 5천 페이지-22권의 영문저서 낸 하태흥 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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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문화의 해외소개가 숨은 70대의 한 노 문필가에 의해서 끈질기게 수행되고 있었다. 하태흥 옹(70)은 연세대 출판부가 내놓고있는 영문 한국문화 시리즈(10권 출간, 5권 탈고, 2권 집필 중)의 저자이며, 그 밖의 영문저서 5권의 집필자다.
한국학의 해외소개, 한국문호의 세계전파, 관광한국의 대외선전 등을 위해 일하는 기관도 많고 사람도 많다. 그러나 하 옹처럼 사회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그것도 노령에 묵묵히 이러한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은 극히 드문 예다.
그가 지금까지 내놓은 책의 분량은 면수로 해서 무려 5천2백 페이지.
그가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영문저서를 내기 시작한 것은 58년에 대한공론사에서 낸 『풍속과 가족제도』였으며, 이어 59년도에는 『고담과 전설』을 출판했다.
그러나 사실 한국문화를 해외에 소개하고자 뜻을 두고 집필하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훨씬 전이었다.
연전에서 영문학을 전공, 전주 신흥학교와 목포 정명여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한때는 총독부의 외사과에서 통역으로, 또 해방 후에는 미군정청 외사과의 피난민 사무소부 소장으로 만주에서 오는 동포들과 일본으로 송환되는 일본인들의 여러 사무를 관장했다.
50년부터는 주한 미 수대사관에서 공보담당자로 일했으며 미국의 문화·풍속을 소개하는 잡지를 만드는데 참여했다.
동난 때는 『자유의 종』의 편집을 맡아 농촌문화개발에도 힘썼다.
53년 이후 미 대사관에 근무하면서 틈을 내 한국문화소개서의 집필에 착수했다.
60년에 연세대 출판부로 판권이 넘겨져 코리언·컬추럴·시리즈란 타이틀로 지금까지 출판된 것은 『한국 사천녀사』 『명승 고적』 『풍속과 가족제도』 『시조와 국악』 『민요와 현대가요』 『고담과 전설』 『한국속담』 『한국야화』 『김삿갓의 일생』 『삼국야화』 등 10권.
이 10권의 저서가 미국에 알려져 하버드 대 엘라·라이만·캐보트·트러스트는 보조금을 내어 10권의 내용을 발췌, 『한국문화입문』(4백40면)을 출판케 했다.
『한국 사천년사』는 총설과 본문 9장에서 문화발달을 중심으로 기술하고 기미독립 선언서·헌법·연표가 부록으로 실렸으며 『명승고적』에선 명승·고적·고궁·사찰 등 1백78개소의 대표적 문화유산을 소개했다.
『풍속과 가족제도』에서는 널뛰기·그네뛰기·농악 등 연중행사 70종과 사회계급·관혼상제·의상·주택·오락 등 가족제도를 설명했으며 『시조와 국악』에선 1백24편의 시조를 역주하고, 아악과 그 악기, 그리고 처용무검무 승무 등 고전무도 자세히 설명했다.
『민요와 현대가요』는 58곡을 서구식으로 채보하고 주해했으며 『고담과, 전설』은 춘향전·토끼전 의기 논개 등 고담 및 단편소설과 우화를 담았고, 『한국속담』에는 1천1백6종의 속담을 한·영어로 병기, 영문판 한국 속담사전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한국야화』에서는 한국인의 소박한 생활상, 소설적인 환상·기습·도덕적 교훈 등 유머·스토리 1백12토막을 소개했고 『김삿갓의 일생』은 시인 김병연의 방랑일대기를, 『삼국유사』는 일연의 「삼국유사」가운데 나오는 61편의 설화를 싣고 있다.
이 시리즈 가운데 탈고됐으나 출판이 안된 것으로는 『전역 삼국유사』, 현제명 작곡 『오페라 춘향』, 『이조왕궁필사』가 있으며, 옥단춘·민비·거북선 등을 소재로 한 『한국희곡육선』 『경주안내』등이 있다.
그는 또 요즘 『서울 오??사』와 『한국의 국보와 보물』을 집필 중에 있다.
이밖에도 그는 62년 유네스코의 요청에 따라 『코리언·컬추릴·리더』를 섰으며, 69에는 한국은행간 『한국 화폐사』를 영역, 올해 들어서는 세종기념사업회 간 『세종대왕』도 영역출판, 「펜」대회 때 외국 대표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학생시절에 영어 교과서 스텝과 내셔널·리더를 처음부터 외어 영어를 습득, 이제 22권의 영문저작을 낳고 있는 하 옹은 그러나 자신 있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하루에 1페이지를 쓴다는 정신으로 써 나간다면 1년이면 3백60페이지 짜리 저서가 이뤄지게 됩니다.』 <공종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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