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감동 영상으로 재연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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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02 한.일 월드컵대회 기록영화가 완성돼 지난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사회가 열렸다. 제작 총감독을 맡았던 박경삼(57.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 교수)씨의 감회는 남달랐다.

TV를 통해 수십 번 이상 방영된 명장면에서 새로운 내용과 메세지를 만들어내느라 1년 가까이 씨름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월드컵 유치 과정과 역사적 기록을 담은 60분 짜리와 월드컵 경기와 명장면을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40분 짜리로 구성됐다.

"지난해 4월부터 연인원 8백여명이 매달렸습니다. 경기장 밖의 장면은 제작진이 찍었지만 경기 장면의 경우 방송 자료에서 뽑다보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4 대 3 비율의 화면을 16 대 9 와이드 화면으로 다시 편집했고, 유럽 각국의 축구 전문가들을 현지에서 인터뷰했습니다"

한국 대표팀 '4강 신화'의 감격이 워낙 컸던 터라 이를 부각시켰더니 '한국 홍보영화냐'는 비판도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객관적이고 차분하게 제작방향을 수정하기도 했다.

朴교수가 전하려는 메세지는 '월드컵대회의 세계화는 2002 한.일대회에서 시작됐다'는 것. 유럽과 남미의 잔치였던 월드컵이 이번 대회를 계기로 지구촌의 모든 대륙과 전 세계인이 즐기는 축제로 승화됐다는 점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는 비디오 테이프 2만개를 제작해 각국 축구협회와 국내 학교.공공 기관에 무료로 보급하기로 했다.

한국올림픽위원회 문화위원이기도 한 朴교수는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일본 아오모리에서 열린 겨울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그는 소형 비디오카메라(캠코더)를 들고 개막식과 주요 경기 장면을 찍었다.

선수단 복장의 색깔과 디자인, 선수들이 입장할 때의 동선(動線) 등 국제대회에 관해 다양한 기록을 남기고 이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영화 제작자인 아버지 밑에서 '할리우드 키드'로 자란 朴교수는 1967년 국방부 종군 카메라맨을 자원, 월남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이인호 해병대 소령이 부하를 살리기 위해 폭탄을 몸으로 막았던 사건을 현장에 지켜봤다.

폭탄이 터진 곳에서 불과 2m 거리에 있었던 그는 李소령 덕분에 목숨을 건졌고, 이를 카메라에 담아 대특종을 하기도 했다. 전역하고 동양방송(TBC)에 기자로 입사한 그는 MBC를 거쳐 미국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CF 감독으로 8백여편의 TV광고를 제작했다.

글=정영재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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