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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웨이」시대의 안전 대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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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부 고속도로가 개통됨에 따라 하이웨이에서의 교통 안전 대책이 근본적으로 재검토돼야할 필요에 직면하게 되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하이웨이 시대의 교통 사고는 그 빈도도 많아지겠지만, 특히 일단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치명율이 매우 높은 것이 특색이다. 올 들어 6월말까지 일부 개통된 경부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사고 집계를 보더라도, 사고 발생 1백68건에 16명이 숨지고, 2백31명이 다쳤을 뿐 아니라, 전 코스가 개통된 첫날에 이미 2건의 사고가 일어나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더우기 우리 나라에는 하이웨이는 있으되, 하이웨이를 달릴 수 있는 차량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성능이나 정비 상태로 보아 도저히 하이웨이를 달릴 수 없는 차량들이 겁 없이 하이웨이를 달릴 가능성은 매우 많은 것이며, 따라서 그 사고율은 굉장히 높아질 것으로 보아야 한다. 거기다 겹쳐 7일 개통된 경부 고속도로에는 교통 안전 시설이 아직은 전무한 상태에 있어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에누리없이 직시해야 할 것이다.
종래의 교통 안전 대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흔히 운전사나 운행인의 조심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운전사나 운행인이 교통 법규를 잘 지키고, 조금만 조심하면 웬만한 사고는 대부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이웨이 시대의 교통 사고는 이러한 조심만 가지고서는 도저히 그 난을 피할 길이 없다 할 것이다.
차의 성능, 정비 상태와 운전사의 건강 상태, 그리고 하이웨이의 안전 시설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제도적으로 잘 점검돼 있어야 비로소 사고율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하이웨이 시대의 교통 안전 대책은 인간위주라기보다 제도나 시설에 의존해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하이웨이 시대의 교통 안전 대책은 무엇보다도 완비된 안전 시설, 빈틈없이 관리되는 운행 제도의 확립이 어떠한 교통 법규나 행정 지시보다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는 점을 정부 당국에서 명심해야 될 것이다. 건설부는 하루속히 하이웨이상의 각종 안전 시설을 설치할 뿐만 아니라 위험 지점의 개수, 도로 연변의 방책, 교량, 커브 지점의 반·사경 가설, 휴게소, 변소, 비상 전화 등의 가설을 서둘러야 할 것이며, 차량 점검이나 수리를 위한 터미널의 설치와 수리 차, 예인 차의 확보·비치를 단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하이웨이를 달린 수 있는 차와 달릴 수 없는 차에 대한 기준도 엄격하게 통제해야 될 것으로 안다.
한편 근자 차량의 급증으로 운전사의 질이 매우 낮아져 차량의 성능이나 정비 상황에 대한 고려도 없이 고속도로를 함부로 달릴 가능성도 대단히 많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도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자동차의 대 당 사망률이 미국은 6명, 일본은 25명인데 비해, 우리 나라는 물경 4백명에 가깝다는 점을 생각할 때 앞으로의 안전 대책 확립에 있어서는 무엇인가 획기적인 전환이 요청된다 할 것이다.
그 방법의 하나로서 지금까지 사고로 인해 사람을 치사시켰을 경우, 종래처럼 불과 20∼30만원의 보험금으로 보상을 해 왔던 것을 그 10배 이상을 지불토록 규정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한 것이다. 차주나 운전사의 인명 경시 풍조를 근본적으로 시정하자면 처음에는 좀 지나칠 정도의 보상금 제도가 요청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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