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못 벗는 연례 수해|비교해본 10년간의 피해 상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기압골과 태풍「올가」호가 지나가면서 연 4일 내린비는 마침내 전국 곳곳에서 홍수, 산사태를 일으켜 막심한 피해를 냈다. 재산 피해만도 19억1천7백만원에 달했고 인명 피해는 사망 42명, 실종 14명, 35명이 부상. 이재민만도 5천5백91명에 이르렀다. 수방 경계령이 내려있었으나 덮친 물길을 이겨 내지 못했다. 이제 우리 나라에서의 수해는 연중 행사처럼 되어, 조금만 비가 내리면 홍수 소동을 빚고 있어 계절적인 수방 대책보다도 한발과 홍수에 영구히 대처할 국토 계획이 시급해지고 있다. 건설부의 재해 대책 본부 집계로는 우리 나라의 수해 피해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63억원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피해는 올해 수재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7월, 8월, 9월까지 3개월 동안 더 많은 피해가 닥칠 것임을 경고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더욱 수해는 해마다 그 피해가 늘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 원인은 강수에 의한 산지 침식 작용이 커 가는데 따르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재해 대책 본부의 분석으로는 67년의 홍수 피해는 불과 4억8천만원이었으나 이 해는 반대로 가뭄 피해가 컸고 68년에는10월에 들이닥친 태풍 「폴리」호에 의해 55억3천만원의 피해를 보았고 69년에는 2백95억4천만원의 기상 재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나 이를 과거 10년간 평균으로 따지면 연간 피해액이 63억원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홍수 피해가 이 같이 커 가는 것은 우리 나라의 기상 특성과 지리적 특성을 잘 살리지 못한데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산에 나무가 없어 비가 내리면 산이 깎여 토사가 강으로 흐르고 이 토사가 강을 메워 강바닥이 이웃 논·밭보다 높아 가는 이른바 천장천으로 되어가기 때문. 당국의 계산으로는 연간 7백46mm의 비가 내렸을 때 나무가 무성한 산에서는 1ha의 면적에서 0·2mm의 표토가 깎여 모두 1·3t의 토사가 흘러 내려가지만 나무가 없는 산에서는 표토 0·7mm가 깎여4·2t이 흐르고 이를 개간한 곳에서는 2·7mm 깊이로 깎여 무려 32·9t의 흙이 흘러내리고 있다.
이를 전국 면적에서 산출하면 토사량은 5천5백11만4천 입방m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번에 산사태로 압사 사고를 일으킨 칠곡군의 경우도 나무가 없는 탓. 산사태는 표토가 엷은 지역에서 비가 많이 내려 표토와 암반 사이에 물이 괴어 토양 보존 기능이 마비될 때 일어나는 것으로 칠곡의 사고가 바로 이것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재해를 기상 면에서 보면 연간 평균 강수량이 제주에서 1천4백39mm, 이밖의 지역은 1천2백mm 안팎으로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이 평균 강수량에서 장마철인 7월∼8월까지의 한달 동안에 약 3백60mm가 내려 홍수를 일으키는 것이 보통인데 최근에는 1백mm안팎에도 물난리가 나는데 문제가 있는 것.
물난리를 역사상으로 보면 1920년8월2일 서울에서 하룻 동안에 3백54·7mm가 내린 것이 하루 최고 강수이며, 1945년8월5일 서울에서 1시간에 1백18mm가 퍼부은 것이 시간당 강수의 최고 기록이다.
1년을 통해 비가 많이 내린 것은 1954년에 강릉에서 2천4백16·9mm가 내린 일이다.
그러나 홍수가 가장 크기로는 1925년7월1일 한강 인도교의 수위가 12·26m에 달해 마포·용산이 물에 잠긴 것과 1936년8월12일 한강 수위가 10·80m에 이르렀던 때인데, 이때 한강 주변에서만 2백80여명, 전국에서 1천9백16명의 인명 피해를 냈었다. 최근의 홍수 피해로는 1956년9월8일 남해안 지방을 휩쓴 초속 25m의 바람과 1백21mm 평균의 비로 1백56명이 사망한 것과 59년9월11일의 「사라」호 태풍 피해이다.
「사라」호에 의한 피해는 무려 6백61억7천54만2천여환 (당시 화폐)으로 유사이래 가장 큰 자연 재해로 전국에서 7백81명이 사망하고 이재민만 37만3천4백명, 전주만도 1만개가 부러졌었다.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에 따르는 이 같은 재해는 어느 한계까지는 불가항력인 것이지만, 연평균으로 보면 우리 나라의 재해는 상습적인 것으로 되어 있다. 재해 대책 본부 계산에 따르면 63년도 계산으로는 GNP에 대한 피해액은 1·9%로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의 1·1%, 자유중국의 1·6%에 이어 세번째로 높아 경제 개발을 크게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1인당 평균 피해액은 63년도 기준으로 1·l 달러로 인도의 0·3 달러, 필리핀의 0·9 달러보다 높고 미국의 1·7 달러보다는 적다.
또 수해에 의한 사망자와 행방 불명자는 10년 평균으로 따져 3백54명이나 되어 인구 5억이 넘는 인도의 5백10명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율을 보이고 있다.
재해 대책 본부의 의견으로는 차츰 상습화하는 수해를 막는 일은 당국의 수방 경비령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고 시책으로서 치산 사업, 사방 사업이 앞서고, 치수 사업이 뒤따라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2천1백66억원을 투입해야 사업 효과를 얻으리라는 엄청난 계산이 나오고 있다.
거듭되는 산림의 황폐, 무질서한 저지대 이용의 증가, 홍수 조절 시설의 부족이 곧 재난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김경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