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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시장의 부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증권 거래소는 침체 일로에 있는 증권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세법상으로 우대하고 있는 공개 법인의 요건을 일원화해야 하겠음을 주장하고 있다.
간접 금융 중심의 기업 자금 조달 방식이 고금리 체제하에서 기업 재무 구조에 미치는 부실화 요소가 크다고 논의하면서 자본 시장 육성법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자본시장육성법이 마련되었고 투자 개발 공사가 설립되었으며 이른바 공개 법인에 대하여 세법상 우대 조치가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세법상의 이득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일부 기업에서는 그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공모 증자를 했던 것이며 투자 개발 공사가 이를 또한 적극 지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증권 거래소는 그 동안에 상장된 47개 상장 법인 주식의 거래 실적 분석을 토대로 하여 세법상의 우대조치가 실질적인 기업의 공개 효과를 별로 올리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그 시정책을 제시하기에 이른 것이다.
증권 거래소의 분석에 따르면 상장 회사의 총 주식 수는 1억5천3백여만 주에 이르고 있으나 그중 73·6%는 총 주주 수의 0·26%에 불과한 소수 대 주주에 독점되고 있어 유통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유통 가능한 주식은 총 주식의 2·3%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며, 때문에 우량 주식의 공급이 달려 증권 시장이 활기를 띨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주주가 자기 개인 기업을 내놓기 싫어하기 때문에 기업 공개가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상의 조사와 증권 거래소의 분석은 이 나라 기업 풍토의 본질적 속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서 자본 시장 육성의 길이 아직도 요원함을 시사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세법상의 우대가 공개 법인화를 촉진하기는 하지만 그에 앞서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우리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기업이 경리를 완전히 공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서는 진실한 의미에서의 공개 법인은 생길 수 없으며 양질의 주식을 공급할 수 없는 것이다.
기업 경리에 비밀이 있는 이상 소주주는 들러리에 불과하고 그 때문에 기업을 지배할 수 없는 한 투자 가치가 없는 상황이 생겨 대중의 주식 투자 의욕이 생길 수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상장 주식의 평균 배당률이 17·3%에 불과하여 금융 기관 금리를 월등 하회하고 있다. 때문에 기업을 지배할 생각이 없는 이상 대중이 주식에 투자할 생각을 가질 이유가 없는 것은 분명하다.
또 인플레의 진행과 토지 투기 요소가 상존 하는 것도 사실이므로 적어도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는 안목과 재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수익률이 낮은 주식을 선택하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기본적인 여건을 해결해주지 않는 한 공개 법인에 대한 세법상의 우대는 낭비에 가까울 뿐 증권 시장 육성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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