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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양력 10월에 쇠면 어떨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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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000년부터 2029년까지 30년간 추석(음력 8월 15일)의 기온을 분석해본 결과 무더운 ‘여름 날씨’에 추석을 쇠거나 쇠게 될 경우가 21차례나 된다. 우리나라 기후가 급속하게 아열대화되면서 전통적인 의미의 추석은 빛이 바랬다. 추석 날짜를 ‘양력 10월 넷째 주 목요일’로 옮기는 것은 어떨까?”

 기후변화에 ‘대응’해 음력 8월 15일인 추석을 변경하자는 이색 제안이 나왔다. 김대현 전 농협경제연구소 박사는 기상청 분석을 인용해 “우리나라는 양력 9월 28일이 돼야 기온상 가을로 접어든다”며 “이제 명절을 쇠는 날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마련한 ‘쉬는 날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다.

 김 박사가 ‘보름달 없는 추석’을 제안한 것은 ‘더운 추석’의 부작용 때문이다. 농민들이 사과·배 등 농작물 출하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생장촉진제를 사용하고, 소비자들은 이에 따른 높은 가격을 부담하는 만큼 사회적 비용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김 박사는 “추석을 주요 농산물의 수확이 끝나는 시점으로 변경하면 기후에도 맞고 물가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석은 기후와 관계가 없다는 반론도 나왔다. 안동대 김명자(민속학) 교수는 “추석은 보름달이 뜰 때 지내는 일종의 천신제로 서양의 추수감사절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햅쌀 대신 논두렁에서 빨리 익는 올벼, 밤 대신 고구마로 차례를 지내도 된다”고 반박했다. 차례 상에 으레 오르는 사과가 본격적으로 재배된 시기도 1900년 이후인 만큼 요즘은 바나나·키위 등을 올려도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름철에 몰려 있는 휴가를 분산시키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김덕기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직된 기업 문화를 바꿔 ‘상시’ ‘자율’ 휴가가 정착될 수 있게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를 통해 매년 7~8월 휴가가 집중되면서 나타나는 관광지 혼잡, 도로 정체, 바가지 요금 등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합리적인 휴일 운용 방안을 도입해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면서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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