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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발생 지역적 경향|수도 서울 발생률도 수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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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 나라의 수도인 서울에서의 전염병 발생률이 전국 11개 시·도 중에서 가장 높아 도시 방역에 헛점이 있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수인성 전염병인 장티푸스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 보사부의 집계로는 서울에서의 환자 발생이 가장 높고 산골 지방인 강원도의 발생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는 벌써 3년째 계속되고 있어 서울이 인구 집중, 외형적인 확대에 대비한 방역 대책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음을 보이고 있든 것이다. 보사부 방역 당국의 일일보고 결과로는 올 들어 6월30일까지 전국에서는 6백12명의 환자가 발생, 15명이 사망했다.
11개 시·도 별로 보면 가장 문화 수준이 높고 의료 기관이 밀집한 서울에서 전체의 약 20%인 1백36명이 발병했고 사망자는 20%인 4명을 내고 있다. 다음이 경남으로 90명이 발병했으나 사망자는 나지 않았고 경북에서 48명이 발생한 데 비해 7명이 사망하여 결국 올해 전반기의, 장티푸스 발생은 서울이 가장 많고 사망자는 경북이 높은 것을 나타냈다.
보사부의 발생 지역 통계로는 서울에서의 장티푸스 환자 발생률이 높은 것은 이미 지난 67년도부터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서울에서는 67년에는 11개시·도 중 4번째로 환자가 많았으나 사망률은 가장 높았고 68년에는 뚝 떨어져 7번째였으나 69년도에는 발생률은 두번째로 높았고 사망률은 최고를 기록했었다.

<시설 활용 잘못해>
서울에서의 많은 환자 발생과 높은 사망률은 밀집한 의료 시설, 방역 시책 기관들이 제 구실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고 보사부의 한 당국자는 설명하고 서울시 당국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새워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보사부 방역 당국은 서울에서의 환자 발생이 많은 것은 인구가 가장 많기 때문에 인구 당 발생 비율은 그다지 높은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장티푸스는 물·음식 관리가 깨끗하면 인구가 얼마든 쉽게 차단되는 질병이기 때문에 그만큼 서울의 환경이 정비되지 못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장티푸스의 병균은 환자의 배설물에 의해 배출되며 입을 토해 들어가기 때문에 환자 발생이 많은 것은 서울의 경우 어딘가 배설물과 입이 일직선상에 연결된 데 있는 것이며 곧 상수도 시설과 하수도 시설의 미비가 지적되고 있다. 올해 들어 발생한 1백36명의 환자들을 분석하면 모두 변두리 상수도 시설이 없는 지역이다.

<방역 제로 지대>
이른바 서울의 방역 「제로」 지대는 철거민 정착지인 동대문구 면목동, 성북구 상계동 삼양동, 영등포구의 봉천동 목동 시흥동 등 30여 동이 넘으며 상수도 시설이 없는 동은 26개 지역에 이르고 있다.
지난번 장티푸스가 집단으로 발생했던 면목동의 경우는 정착민들이 상수도가 없어 펌프 물을 마시고 있는데 펌프가 박힌 지점에서 2백m∼1백m지점에 중랑천의 오수가 흐르고 있어서 물이 오염된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던 것.
서울 인구 5백만명 중 완전히 상수도 혜택을 받는 주민은 약 3백만명, 나머지 2백만명은 우물물에 의존하고 있는데 우물물의 약 반은 음료 부적으로 진단되어 결국 1백만명 가까운 시민이 수인성 전염병의 간접 위험을 받고 있는 셈이다.
보사부는 서울에서의 전염병 환자 발생률이 높은 원인이 첫째는 이와 같은 물 사정이며 둘째는 변두리 미 개발 지역의 하수도 미비에 있는 것으로 진단, 서울시 당국이 보다 효과적인 상·하수도 정비가 없는 한 불명예스런 환자 발생률 최고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티푸스 뿐 아니라 뇌염 환자도 작년의 경우 최고 기록을 차지했다.

<뇌염도 서울 최고>
69년도의 전국 환자 1백15명 중 서울이 56명을 차지하여 5명이 사망했던 것인데 사망자도 부산3, 경기3, 경북1, 제주1로 가장 높았다.
2일 보사부 방역 실무진은 7월의 장마 끝에는 장티푸스가 쉽게 번진다고 경고, 예방주사를 맞고 입과 배설 기관의 차단을 위해 손을 항상 깨끗이 씻고 환경을 정비하도록 당부하는 한편 서울시 보건 당국에 변두리 우물의 소독, 파리 박멸을 지시했다.
장티푸스균은 맑은 물 속에서는 15일 동안 살고 흐린 물에서는 3∼4일 산다.
추위에는 굉장히 강해 20도 추위에서 두 달 이상 살고 어둠 속에서 4∼6개월 살지만 열에는 극히 약해 섭씨 60도에 죽을 정도. 햇볕에 쬐면 수시간에 멸살된다.

<파리를 잡아라>
장티푸스균은 환자가 배설할 때 환자의 손을 거쳐서 다른 사람에게 옮기든가 환자의 배설물이 물에 섞여 불에서 균이 살아나 우물 등으로 스며들었다가 냉수를 마실 때 옮기는 등의 경로를 따라서 퍼지는 것.
서울이 장티푸스 환자, 뇌염 환자 발생의 가장 많은 것으로 취약점을 드러냈으나 이는 시민들이 물을 끓여 먹고 항상 손을 씻고 파리를 보는 대로 잡는 등의 노력으로 어느 만큼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시 당국은 이 통계 숫자를 토대로 도시의 외형적 건설보다 국민 보건을 위한 상·하수도 시설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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