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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전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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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국은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한반도는 이무렵이면 중국 산동반도에서 밀려오는 저기압의 영향을 받는다. 지도를 펼쳐보면 산동반도는 우리나라 서해의 옹진반도와는 악수를 나누려는 듯이 팔을 내 밀고 있다. 중국대륙에서 솟아오르는 열기는 황해의 수증기와 뭉쳐 저기압을 형성한다. 황해를 가로막은 산동반도에서 이 기압골은 진로를 바꾸어 한반도로 고삐를 튼다.
관상대에 의하면 이번 장마는 그 산동산 저기압과 제주도 남방에 진을 치고있던 장마전선이 연결되었다. 1천4백「밀리바」의 저기압은 포풍·안개·호우까지 대동하고 본격적인 우기를 만들고 있다.
7월의 평균 강수량수는 서울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12일간. 한국기후도를 보면 이「12일 강수선」은 원산에서 비롯되어 옹진반도를 거쳐 군산·광주·여수·추풍령·강릉을 잇는 버선짝 처럼 되어있다. 이지역 안에는 길고긴 장마가 7월내내 계속되는 것이다. 12일 지역은 사흘이 멀다하고 비가 내리는 셈이다. 같은 강수지역으론 일직선의 압록강 연변-. 그리고는 나머지 곳은 10일선이다. 그러나 이 「평균강수」에 의하면 한반도의 7월은 적어도 열흘동안은 어디서나 비가 내리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7월이 지나 8월로 접어들면 장마전선은 서서히 북상, 두만강쪽으로 빠진다.
그러나 지난 6윌 한달은 이 한국기상도를 거역하고 있었다. 서해안과 남해안을 잇는 해안지대는 8일 강우권이다. 하지만 사날이나 비가 왔을까. 그 처럼 가뭄이 계속되었다.
옛말에 『빚진 비는 언제 내려도 내린다』는 말이있다. 기상학적으로 이말은 얼마나 맞는지 궁금하다. 맞는다면 7월은 홍수의 달임이 틀림없다. 4월부터 이제까지 하늘은 이지상에 『빚진비』가 퍽 많다. 지난 겨울의 강설량이 적었던 것까지 합계하면 7월의 한반도는 떠내려 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 강수량은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하고는 연 1천4백mm를 넘는 일이 드물다.
그것도 대개는 7, 8월을 빼고는 어느 달이나 그만그만하다. 그렇다고 비에 방심해선 안된다.
도시의 무질서는 부슬비에도 손발을 드는 경우를 우리는 최근에 경험하고 있다. 자연의 무관심은 또한 산천의 지반마저 약화시킨 느낌도 든다. 비만 좀 왔다하면 수해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우리는 아직도 많은 시간과 경력을 자연과 싸우는데 소모하지 않으면 안되는 원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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