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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벗는 가족계획|스웨덴지원으로 센터발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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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주먹구구식이던 우리 나라 가족계획사업을 과학적인 자료로써 뒷받침할 가족계획센터가 지난 2일 문을 열었다. 스웨덴의 국제개발처(SIDA)에서 45만달러를 지원, 국립보건연구원(서울서대문구불광동)안에 4층 건물로 마련된 이 센터는 앞으로 5년간 한국과 SIDA의 공동운영위원회에서 관리하고 5년뒤에는 한국에 이양한다. 이 센터는 가족계획사업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보사부는 63년도부터 가족계획사업을 벌여 해마다 5억원이상을 투입하고 있으나 그 효과를 과학적인 계수로 포착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추산한 인구동태조사에서 보면 인구성장율은 1948∼49년까지는 연간 4.42%의 높은 비율이다가, 1950∼55년까지는 1.02%로 줄었고 1956∼60년까지는 2.88%로 비교적 안정됐으나 이대로 가면 80년까지는 5천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어 가족계획이 시급해졌던 것이다.
가족계획사업에 착수할 당시의 목표는 7l년말까지 연구증가율을 2.0%로 억제하는 것에 두어왔으며 70년 현재 증가율은 대략 2.3% 정도로 추산, 그동안의 시책이 크게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됐고 동남아지역에서 가족계획사업이 가장 성공한 국가로 꼽혀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증가율 억제효과는 5년마다 있는 인구센서스를 통해 뒤늦게 알려질 뿐으로 단기효과측정은 불가능했고 가족계획을 맡은 보사부장관에게 인구문제를 자문하는 기관이 없어서 시책의 성패를 가늠하지 못했고 인구정책의 자료를 경제기획원 통계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70년도의 경우 가족계획예산이 5억4천만원이나 계상되어 이 돈으로 30만명에게 루프시술을 하는 것을 비롯, 불임수술 2만명(남자), 3백84만명에 대한 먹는 피임약 공급, 1백80만명분의 콘돔공급을 하고 있지만 이것이 과연 7l년까지 증가율을 2%아래로 떨어뜨리는 목표달성에 합당한 것인가를 자신있게 판단하지는 못하고있어 결국 지금까지의 인구조절사업은 눈어림으로 밀고 온 것이다.
보사부의 이 사업은 전국 각 시·도에 흩어져있는 2천5백명의 임시공무원직을 포함한 요원에 의해 실시되고 있으나 요원들의 기술수준이 또한 믿음직하지 못해 갖가지 부작용이 잇달아 일어났다.
이 밖에 민간단체로서 가족계획협회가 있으나 이는 각 시·도 11개소에서 시범상담소 운영으로 계몽사업을 주로 하고 있을 뿐 정책목표 수립과는 무관한 단체이다.
가족계획센터는 이와같은 현실아래서 연간 2%의 증가율이 계속 될 경우 우리 나라의 인구가 86년까지는 4천5백만명이 넘으리라는 장기 진단에 대비, 보다 과학적인 효과측정으로 국토에 비해 적정인구의 유지에 필요한 자료와 시책의 효과측정, 요원의 훈련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 센터는 보사부 직속기관으로 그장은 2급 공무원으로 한다는 것만 정해졌을 뿐 아직 인원구성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는데 대체로 50명의 구성으로 ①인구성장의 연구조사 ②외국과의 기술제휴 ③실태조사 ④피임효과측정 ⑤출산력측정 ⑥통계보고분석 ⑦요원의 양성 재교육 ⑧외국 가족계획 요원의 훈련 ⑨계몽교육개발 ⑩교과과정의 연구등 기초분야의 일을 맡도록 되어있다.
이 자료처리를 위해 센터의 1층에는 IBM의 고성능 전자계산기가 도입되고 있는데 이 기계를 활용하여 시책의 기본자료를 즉각 내놓는 것을 가장 큰 임무로 하고있다.
또 하나는 연간 2백명가량의 외국인 가족계획 요원의 훈련을 맡는 일이다.
대상국가는 인구팽창에 고민하는 자유 아시아지역 여러 나라인데 우리 나라의 가족계획의 체험을 그대로 가르치는 것으로 말하자면 가족계획 기술의 수출을 뜻하는 것이다.
이 밖의 임무로는 새로운 가족계획기술의 개발과 함께 가족계획 육을 모든 의과대학에서 실시하도록 교과과정을 마련하는 것이 있다.
지금까지의 불임기술은 루프시술, 콘돈사용, 정관수술, 체온조절법등 네 가지가 쓰여오나 먹는 약품은 부작용이 따르고 있고 루프시술도 또한 기술이 필요하고 정관수술도 자칫하면 성불구를 일으키기 쉽고 체온조절법은 불편하다는 결함때문에 장애가 되고있다.
그래서 이 센터는 이 네가지 가운데서 한국인의 성생활 환경에 맞는 방법의 개발을 임무로 하고있는 것이다.
이 센터 건물은 1층의 자료처리실과 2층의 강의실, 3층의 숙소로 되어있는데 앞으로 5년동안은 SIDA가 계속 원조를 하게 되어있다.
메디컬센터를 세웠을 때와 같이 SIDA측에서 1명이 참가하는 5명의 운영위원으로 사업내용이 결정될 것인데 모든 교육방식은 서구식을 따르게 되어있다.
보사부는 이 기구가 가동, 과학적인 자료를 내놓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주먹구구식으로 투입하던 예산이 절감되는 반면, 효과는 곱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한 실무자는 임신은 본능적인 것이기 때문에 국민각자의 남아선호경향이 시정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그 계몽에 중점을 두어 설명하고 있다. <김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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