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가장 찜통 금정구 하소연 … 집값 떨어질라, 관측기 옮겨주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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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25일 부산시 금정구의 낮 최고 기온은 36.1도를 기록했다. 이는 이번 여름 들어 부산 지역에서 가장 높은 기온이었다. 기상청이 부산의 대표기온으로 발표하는 중구 대청동의 30.9도보다 5.2도 높았다. 또 금정구는 이번 여름에 부산지역에서 최고 기온을 기록할 때가 많았다.

 금정구 주민들은 무더운 곳으로 알려지면 지역 이미지가 나빠지고 집값이 떨어진다며 관할구청에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금정산성 아래 고급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주민대책회의까지 열었다.

 상황이 이렇자 금정구청은 기온이 왜 높은지 원인 추적에 나섰다. 그 결과 부산지방기상청이 운영하는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위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AWS는 부산대 정보전산원 건물 옥상 시멘트 바닥 위에 설치돼 있다. 금정구 김형석 주무관은 “AWS는 사방이 트여 있고 잔디가 깔린 곳에 설치해야 한다”며 “건물 옥상 시멘트 바닥에 있어 온도가 4도 정도 높게 측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AWS는 1994년 12월에 설치됐다. 금정구는 이 AWS가 설치 기준을 어겼다고 보고 부산지방기상청에 시정을 요구했다. 자치단체가 기온 측정에 문제가 있다며 기상당국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부산기상청은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다. 부산기상청 조희영 기후계장은 “금정구는 부산의 가장 내륙에 위치하고 금정산을 끼고 있어 바람이 불면 ‘푄현상’으로 기온이 상승하는 곳”이라고 반박했다. 푄현상은 공기가 산을 넘어 반대쪽으로 불면서 고온 건조한 바람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 금정구가 최적의 기상 관측 환경이 확보되는 부지를 제시하면 이전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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