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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연차량 어떻게 할 것인가(2)|정비불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매연차량을 추방하자는 시민의 공분이 빗발치듯 일자 서울시 당국은 지난 15일부터 매연차량 일제단속에 착수, 23일 현재 8백50대를 적발했다. 불과 8일동안에 서울 시내를 운행하는 버스의 1할에 해당하는 버스를 매연차량으로 적발한 것이다. 흡사 서울의 매연차량은 독버섯 솟아나듯 한이 없다.
서울시는 적발된 매연차량을 1백대씩 차례차례 운행정지해서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차량정비 및 단속행정을 직접 다루고 있는 당국자조차 정비한다고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정비불신론을 들고나선다.
차자체가 모두 낡아 빠졌기 때문에 정비를 해봤자 별 효력이 없다는 것. 이 같은 행정당국의 무관심때문에 자동차 정비업무는 개선될 줄 모르고 부정정비마저 성행하고 있다.
현행 도로운송차량 보안기준령에 따르면 영업용차량은 6개월만 1회씩, 자가용차는 1년에 한번씩 정기정비점검을 받도록 돼 있으나 점검여부를 확인하는 길은 현실적으로 교통경찰관의 가두 검문에만 의존하고 있다. 그나마 차량의 정비점검업무는 교통부가 지정한 민간대행정비업소가 대행하고 있는데 검사장에는 감독관조차 배치되어 있지않은 방치 상태이다.
이 때문에 정비업무는 거의 제멋대로 자행되고 있다.
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정비업소는 지난 4월말 현재 전국에 1급이 2백62개, 2급이 3백65개소가 허가되어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허가하는 3급 정비업소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서울시내만도 1백2개소의 무면허 정비업소가 도사리고 있음이 알려져 운수행정당국의 무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무면허정비업소의 난립은 매연차량을 증가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을 이루고 있다. 이들 무면허 정비소는 허가받은 곳의 절반 값에 신속하게 처리해주기 때문에 정비상태가 어떻든 차주들로부터 환영을 받는다. 실례를 들어 허가업소에서는 차바퀴하나를 떼어내고 정비점검을 받는데 4백원이 들지만 무허가업소에서는 네바퀴에 8백원밖에 안든다. 6개월마다 한번씩 받는 정규점검때 1급 대상은 9천9백원, 2급은 4천5백원의 공식수수료이외에 부속품 대체비용들을 포함, 검사필증을 받기까지 보통 5만원이상이 드나 무허가업소를 이용하면 가만히 앉아있어도 값싸게 필증을 떼어 받을 수 있다.
이같은 정비부정의 유형은 ①XX공업사 또는 ○○철공소등의 엉터리 간판을 내걸고 무자격 정비사를 고용, 정비업무를 보는 경우 ②운수회사의 정비부를 가장하는 무면허업소 ③세차장·주차장 또는 주유소등지에서 무면허 정비행위 ④올빼미라고 불리는 이동식 정비행위등이 있는 것으로, 이들 무허가업자는 관계직원들과 짜고 적당한 방법으로 검사필증을 떼어 주기도 한다. 이런 부정정비방법이 행정당국의 묵인아래 공공연히 성행하는 한, 매연차량근절은 당국자들의 말마따나 『해봤자 소용없다』는 논리밖에 나올수 없다.
또 현재 전국의 각급 정비업소에는 매연이나 배기개스의 측정기가 하나도 설치돼있는 곳이 없다.
교통부당국에 의하면 전국엔 최소한 20개의 배기개스측정기가 있어야 하나 아직 단 한군데도 없다.
매연차량의 운전사나 차주들은 무엇보다 깨끗한 정비를 하자면 각종 자동차의 부속품을 수입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연과 직접 관계되는 자동차엔진의 연소장치엔 노즐(연료분사기)과 플런저(연료공급기)의 수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
현재 국산품은 저질이어서 거의 안 쓰는 실정인데다가 수입품은 가격이 비싸 업주들이 갈아 끼우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것. 그나마 대부분 부속이 국산품장려란 이유로 수입금지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노즐등 부속품의 수명은 약 6개월.
노즐의 시중가격은 1개에 1천5, 6백원이고 플런저는 2천원, 이것을 한번 대체하려면 각각 6개씩 모두 16개가 필요하다. 업자들은 이들 부속품만 갈아 끼우는데도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정비를 꺼리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19일 서울시 교통자문위원회에 참석했던 노즐과 플런저를 새것으로 바꿔 끼워도 운전사들이 자동차의 출력을 돋우기위해 엔진을 조작, 한꺼번에 연료가 많이 들어가게 하기때문에 불완전 연소로 매연이 발생하는 원인도 된다고 말했다. 인젝션·펌프의 래크·세트의 위치를 변형, 연료공급기인 플런저에 연료를 많이 들어가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비공장에서 보링을 마친뒤 엔진을 봉인하는 방법도 있으나 저질유류를 쓰고 있고 엔진고장이 잦은 실정에서는 봉인제의 실시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한다. <이원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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