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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의 재발견 <상> 한 마리에 100가지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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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컨 로버트슨 `엔그릴` 총주방장은 "한우는 마블링이 잘 돼 있어 숙성 과정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한우 사육 농가가 줄고 있다. 수입육 증가, 사료값 인상, 산지 가격 하락 등이 원인이다. 송아지 한 마리 키우면 140만원 손해를 본다고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소비가 필요하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한우의 지방 성분을 비만의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등의 오해와 편견이 소비 촉진에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짚었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을 만나 조언을 듣고 추천 요리를 소개받았다.

우리 조상들은 한우를 ‘일두백미(一頭百味·한 마리에서 100가지 맛이 난다)’라 하여 부위를 120개로 세밀하게 나누고 부위에 맞는 다양한 요리를 해서 먹었다고 한다. 이규태의 저서 『한국의 음식』은 쇠고기 부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등심·안심·갈비·사태·차돌박이·제비추리 같은 살코기에 양·간·곱창·염통·콩팥·혈액 외에도 내장·우설·머리·꼬리·우족뿐 아니라 도가니까지 발라내고 가죽에 붙은 수구레까지 긁어 먹으며 척추뼈 속 등골까지 빼 먹었다. 소의 쓸개 속에 병으로 생긴 덩어리인 우황까지 약으로 쓰고 쇠뿔 속에 들어 있는 골질인 우각태까지 파내어 고아먹었다.”

이렇게 다양한 한우의 맛에 매료된 영국인 요리사를 만났다. 서울 남산 꼭대기 N서울타워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 ‘엔그릴’의 총주방장 던컨 로버트슨(36)이다. 그는 미슐랭 3스타 식당인 아일랜드의 ‘팻덕’, 2스타 식당인 프랑스 파리의 ‘조엘 로부숑’ 등을 거쳤으며,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면서 2010년 한국에 정착했다. 그는 “다양한 요리를 하기 위해 유럽에 돌아가서도 한우를 수입해 쓰고 싶다” 면서 세 가지 한우 요리를 추천했다

1 소꼬리 콘소메(맑은 스프)

재료(4인분)=소꼬리 1㎏, 양파 3개, 당근 2개, 양송이 버섯 200g, 샐러리 3잎, 양배추 400g, 부추·파·흑후추 약간씩, 타임 7g, 로즈마리 4g, 오렌지 껍질 2분의 1개 분량, 찹쌀 약주 1컵, 푸아그라 15g

만드는 법=①소꼬리를 90도 오븐에 25분 동안 굽는다. ②양파·당근·버섯·부추·파·샐러리를 한 번에 넣고 노랗게 익을 때까지 볶는다. ③①②를 한번에 넣고 섞은 뒤 재료들이 잠길 때까지 물을 붓고 타임, 로즈마리 2g, 오렌지 껍질, 흑후추 등과 함께 9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약 18~24시간 익힌다. ④소꼬리 살 부분은 꺼내 식히고 압축한다. ⑤국물은 식혀서 야채를 버린 뒤 액체만 걸러낸다. 평직으로 짠 무명 천 ‘모슬린’에 한 번 걸러내면 깨끗한 액체 상태가 된다. ⑥깨끗한 국물에 양송이 버섯과 로즈마리 2g을 넣고 중불에서 끓여 졸인 뒤 찹쌀 약주를 넣는다. ⑦압축해 두었던 ④의 고기는 직사각형 모양으로 썰어서 데친 양배추로 둘둘 만 뒤 먹기 좋게 자른다. ‘고기+양배추’ 조각 위에 푸아그라를 올려도 좋다.

※소꼬리를 고아 만든 국물은 유럽에서도 많이 먹는 요리다. 유럽에선 꼬리 부위가 살코기에 비해 값이 저렴해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또 꼬리살은 젤라틴이 풍부해 찜 요리로도 적당한 부위다.

2 한우 프라임 스테이크 샘플러

재료(2인분)=안심·채끝살·토시살 각각 100g씩, 소금 약간

만드는 법=①각각의 부위를 참숯에 겉만 구운 뒤 소금을 뿌려 간을 한다. ②참숯에 구운 고기를 상온에서 잠시 식혔다가 4cm로 썰어 6분간 그릴에서 구운 후 15분간 남은 열을 이용해 ‘미디엄 레어’로 구워 완성한다.

※다양한 부위 맛을 보기 위해 세 부위를 활용했다. 안심은 가장 부드러운 부위이고, 채끝살은 덜 부드럽지만 풍미가 좋다. 토시살은 육즙이 풍부해 던컨 로버트슨 총주방장이 가장 좋아하는 부위란다.

3 스테이크 타르타르와 청어알 캐비어

재료(1인분)=안심 80g, 깍뚝썰기 한 양파 7g, 케이퍼 4g, 파슬리 2g, 청어알 캐비어·흑후추·고춧가루 약간, 계란노른자 1개, 포도씨 오일 약간, 우스타 소스 약간

만드는 법=①부위 중 지방층이 가장 얇은 부위의 안심을 날 것으로 얇게 다진다. ② 깍뚝썰기 한 양파를 얹고 약간의 흑후추와 고춧가루를 뿌린다. ③ 계란 노른자와 포도씨 오일을 섞어 만든 소스를 뿌린 뒤 우스타 소스와 케이퍼·파슬리를 함께 넣고 버무린다(사용할 소스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얼음팩이 함께 들어 있는 곳에 보관한다). ④청어알 캐비어를 얹어 짠맛을 더한다.

※프랑스 요리 ‘스테이크 타르타르’는 한국의 육회와 비슷한 요리다. 생 쇠고기를 잘게 다진 뒤 계란노른자와 소스에 버무려 먹는다. 청어알 캐비어의 짠맛이 쇠고기와 잘 어울린다.

글=이지영 기자 ,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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