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먹기 월부의 손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살기편한 미국의 샐러리맨들을 가리켜 『월부의 노예』라고 꼬집는 말이 있다. 한달내내 부지런히 일을 해서는 월부에 다 뺏기는 식의 생활은 사회가 안정되고 생활수준이 높아 필요한 것이 많아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요 몇년동안 우리 사회에도 월부라는 말이 생활화하고 또 비록 적은 분야일망정 월부식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인간의 약점을 노린 것이 바로 월부의 생리다.
값비싼 물건을 적은 돈으로 장만할 수 있다고 장사들은 열을 올리지만, 이미 선진국에선 『월부는 샐러리맨의 적』이라는 체험들이 쌓여 월부제가 사양을 걷고있는 실정이다.
월부가 소비자측에서 보면 손해라는 말은 누구나 쉽게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막연한 생각일 뿐 스스로 계산하여 손익을 따지는 경우는 적다. 때문에 어느 정도가 손해인지 따져보지도 못한 채 『좀 손해보지만 목돈이 없으니까』식으로 월부를 손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월부는 우선 목돈없이 될수 있고 월부기간에 업자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한 것임엔 틀림이 없겠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월부가 손해라는 것은 이 월부의 이자가 엄청나게 많다는 데에있다.
업자측에선 만일에 떼일 경우를 생각해서 위험부담을 매긴다. 이것은 아마 전소비자에게 생산원가로도 계상된다고 봐도좋다. 이것은 책값에서 잘 나타나있다. 책월부는 다른 것과는 달리 정가를 그대로 나눠 갚는다. 여기에 대한 이자는 이미 책원가에 들어가있다고 봐야한다.
이렇게 월부판매로 인하여 원가가 전체적으로 오르는 것은 전 소비자의 입장에서보면 부당하지만, 이런 경우 정가대로 할부판매가 되는 것에는 목돈이 있어도 월부로 사들이는 것이 현명하다.
그렇지않고 현찰과 월부제액이 다를 경우엔 직접 손으로 계산하여 손익을 따져보고 결정하도록.
요즘 도시에선 TV가 압도적으로 많이 월부거래되고 있다. 다음은 냉장고로 국내 생산량의 95%가 월부로 나간다.
이렇게 값비싼 종류는 대개 계약금이라는 명목으로 약간의 목돈을 먼저받고 나머지를 할부하고있다. 그러므로 이런 것들을 계산할 때는 계약금의 이자에 매달 내는 월부금에도 이자계산을 해야한다.
사채로 돈을 꾸어 현찰로 사는 경우와 채산을 맞추어보면 월부쪽이 훨씬 비싼 결과를 보여준다. K사제 TV196형을 예로들어 계산해본다(이자는 사채로 4%).
TV196형은 현찰가격 10만원이데 월부로는 11만7천원이다. 여기서 계약금으로 4만7천원, 나머지 7만원을 5개월로 나누어 월 1만4천원씩 받고있다.
먼저 계약금 4만7천원에 대한 이자가 4개월동안 7천5백20원. 첫달에 내는 1만4천원은 4개월후 완불될 때까지 이자가 2천2백40원, 두번째 내는 1만4천원도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1천6백80원, 다음 1만4천원엔 1천1백20원, 네번째 내는 것에 대해선 5백60원.
이렇게 소비자가 갚으면서 내는 돈에 대한 이자가 모두 1만3천1백20원이 된다. 여기에 원래 현찰보다 1만7천원을 더 내니까 모두 합하면 현찰구입보다 3만1백20원을 더 내는 셈이다.
10만원(현찰가격)을 사채로 한꺼번에 꿔서 4개월동안 사용하면 이자가 1만6천9백60원이다(이자에대한 이자도 계산). 1차적인 계산으로 월부쪽이 1만원넘게 손해보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10만원 목돈 사채를 썼을 때 다달이 1만5천원 정도씩 갚아나간다면 상대로 이자도 줄어지니까 훨씬 이익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