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 '총괄 기구'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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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재난에 신속히 대처할 총괄 기구가 없다. 재해.재난 관련 업무가 13개 부처에 분산돼 있는 데다 업무 영역의 구분도 불분명하다. 이번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사고 예방과 신속한 사후관리를 통해 터무니없는 인명피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방재체제를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가 단위의 재난 컨트롤 타워가 있었더라면 이번 사건 희생자가 수백명에 이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중앙통제기구 부재=대구 지하철 중앙로역 지하 1층 상가의 재난관리 시스템을 보자. 화재는 대구시소방본부, 가스는 가스안전관리공사, 전기설비는 전기안전공사, 대기오염은 대구환경관리청, 건축물 이상과 침수는 대구시, 역사는 대구지하철공사 등으로 분산돼 있다. 복합적인 재난에는 기관별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정부는 1995년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계기로 국무총리실에 설치한 안전관리심의관실을 3년 만인 98년에 폐지했다. 행정자치부 산하 민방위재난통제본부도 대폭 축소됐다. 국제금융위기로 재난에 대한 투자가 위축됐고, 대형 재난이 발생하지 않자 구조조정 차원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학계에서 총괄기구 필요성을 제기하자 2000년 9월 총리 직속으로 '안전관리개선기획단'을 설치했다. '작은 정부'에 집착한 나머지 3년간 한시적인 조직으로 출범했다. 그나마 국(局)보다 큰 단위였던 안전관리심의관실 업무를 과장급 3명이 하급직원도 없이 맡고 있다.

◇인력도 부족=행정자치부의 민방위재난통제본부의 경우 핵심부서인 재난관리국이 98년 DJ정부 출범과 함께 민방위국과 통폐합됐다.

관련 과도 재난총괄과.재난관리과.안전지도과 3개에서 재난관리과.안전지도과의 2개로 줄었다. 이어 99년에는 사고예방을 담당하는 안전지도과마저 폐지됐다. 기구가 축소되면서 95년 당시 64명이 맡던 재난관리 업무를 18명이 전담하고 있다.

◇외국에서는=선진국은 재난을 유형별로 분산관리하지 않고 통합관리하는 체제로 전환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11월 재난관리청 등 26개 관련기관을 국가안전부라는 독립적인 정부 부처 하나로 통합, 17만명의 방대한 인력으로 국가적 재난을 총괄하고 있다. 독일은 연방민방위청에서, 일본은 내각부에서 총괄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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