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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밀수와 국제조직과 금덩이는 한국을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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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제조직의 금괴밀수가 30일 경찰에 적발, 독일인 2명이 구속됐다. 이번 금괴밀수사건은 지난 5월25일 부산에서 검거된 백금밀수사건에 이어 올해들어 두번째로 금괴가 순도 9백99·9짜리 55㎏(싯가8천만원)으로 지금까지 적발된 금괴밀수사건으로는 최대규모의 것으로 알려져있다. 스위스에서 금괴를 운반해온 귄터·루트비히씨(29)와 후너·바흐씨(46)의 배후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금괴밀수본부가 도사리고 있음이 경찰 조사결과 밝혀지고있어 한국의 금시장이 이들의 구미를 돋우고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공식적으로 우리 나라에서 국제조직의 금괴밀수가 적발되기로는 68년3월 중국인 오위걸등 일당 13명이 35㎏의 금괴를 밀수입하다가 적발된 것이 처음으로 되어있다. 당시의 금괴밀수는 레바논∼홍콩∼동경∼서울을 잇는 장거리밀수로, 중국인, 독일인, 미국인등 외국인만도 8명이 끼인 국제규모로 큰 화제를 모았었다. 일본의 경우를보면 작년 1년동안 모두 4천9백27건(3천3백29㎏)의 금괴밀수사건이 난 것으로 미루어보아 일본보다 금시세가 더 비싼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금괴밀수가 거의 없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
이번 금괴밀수의 경우 바흐씨는 한국을 내왕한 것이 이번이 4번째로 본인은 경찰에 그동안 시장개척을 위해왔었다고 진술하고있으나 그가 이미 앞서부터 금괴를 밀수했지않았나하고 추궁하고있는 것이다. 이번 금괴밀수는 그동안 일본에서 적발된 것과 비슷한 점이 있으나 다른 점도 있다. ①특수조끼에 1㎏짜리 금괴를 감추었으며 ②운반책이 모두 정식비자없이 기항지상륙허가만을 얻어 엑스포70을 계기로 대우를 받고있는 관광객을 가장, 입국한 점과 ③전화를 통해 접선하는 방법등이 같으나 ①홍콩등 극동지역을 거치지않고 취리히에서 북극권을통해 일본 동경만 거쳐 바로 김포로 들어온 점과 ②금괴를 숨기기위해 묵지와 플라스틱포장지로 이중 포장하고 비닐봉지로 다시싸 금속탐지기를 피할 수 있도록 치밀한 계획을 했고 ③전화에 사용할 5원짜리 동전과 원화를 갖고있으며 ④암호표를 소유했던 점등이 다른 점이다.
금괴밀수단의 본부인 스위스의 제네바는 세계 1백여국에 1백50개의 조직망을 갖고 세계에 금괴를 밀수해오는 총본산. 이들은 각 조직망에 2백명가량의 미녀를 포함한 청년들을 운반책과 안내원으로 쓰고있으며 서독·이탈리아·네델란드등 유럽인 출신으로 각 국어에 능숙한 자들로 돼있으며 아시아지역의 경우 타이페이, 마닐라, 홍콩, 도오꾜등에 조직을 갖고 여행사안내원으로 가장, 침투해있다는 것. 이때까지 금괴밀수는 홍콩에 지구본부를 두어 일본·대만등의 주문에따라 발주하고 운반, 인수자를 선정하나 이번의 경우는 스위스의 총본부에서 직접 운반해와 외사경찰은 의아해하고 있다.
이번 금괴밀수의 두목은 다바라고만 알려져 있을 뿐 국적, 연령, 개인의 신원들이 전혀 밝혀지지않은 신비의 사나이로 알려지고 있으며 그밑에 총책으로 다만 재크라고 알려진 40대의 사나이가 조직을 장악하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바흐등 2명의 서독인은 『두목은 말로만 들었지 보지도 못했다.』고 털어 놓았으며 함께온 이들도 총책 재크로부터 금괴를받아 한국 운반을 명령받은 취리히공항에서 서로 만났다고 진술, 이들의 점조직이 얼마나 철저한 지를 입증하고있다.
국제조직이 극동을 특히 우리 나라와 일본등을 고객으로 노리는 것은 금시세가 국제시세보다 두곱 이상이나 비싼 때문. 요즘 금시세는 g당 8백54원으로 국제공통거래단위인 온스로 환산하면 약 88달러(2만4천8백원)인데 이는 각국 중앙은행에서 거래할 때 쓰는 공정가격인 1온스당 35달러의 2.5배나 될뿐 아니라 런던의 자유거래시장 시세인 40달러나 홍콩의 44달러보다 근 2배나 비싸다. 한마디로 홍콩에서 1g에 1달러20센트만 주고 사들여오면 2달러50센트이상을 받을 수 있는 곱절장사이다. 특히 부피가 작아 운반하기쉽고 용이하게 처분할 수 있는 조건때문에 최근에 금밀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치안국은 우리 나라의 금값이 이렇게 불안정한 것은 생산이 수요에 현저하게 따르지못하고 있는 점을 제일 먼저 지적했다. 금생산량은 62년도에 3천3백14㎏을 생산한 뒤 해마다 줄어 64년에 2천3백57㎏, 68년에는 1천9백41㎏으로 우리 나라의 금생산업체인 대명광업소와 대한제련소에서 생산되는 금은 시중 수요량의 절반밖에 충족할 수 없어 이와같은 금의 수요가 금괴밀수에 직결된다는 것이다.
당국은 금밀수를 막기위해 공항등에 금속탐지기등을 써왔으나 범인들은 카본·테이프, 비닐상자등 전기부도체로 금을 싸갖고 오는 등 수사반보다 한발 더 앞질러 금밀수는 특수한 정보가 없는 한 적발하기 매우 어렵다고 수사반들이 말하고있다.
더욱 『금의 밀수에는 관세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례(61년12월14일)때문에 밀수범에게 징역 10년에서 사형까지 규정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관세법)을 적용할 수 없고 형량이 가벼운 금에관한임시조치법(최고징역3년이하)만으로는 한국의 금시장을 혼란시키는 국제적인 음모에 너무 무력하다는 것이다. <정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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