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7) 술라베시 도의 화상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찬삼 여행기|인니서 제 18신>
소 순다 열도의 하나인 발리 섬을 돌아보고는 다시 자바 섬의 수라바야 시에 돌아왔다. 이번에는 술라베시(번 셀레베스)섬을 가로질러 가장 동쪽에 있는 인도네시아의 서 이리안(구 뉴기니아의 서쪽에 드는 서쪽)을 거쳐 오스트레일리아 영 뉴기니아에 입국하여 다시 남태평양에 펼쳐진 멜라네시안 제도서 지역으로 가려고 계획을 세웠다. 이 코스는 정말 매력 있는 여로가 아닐 수 없다. 수라바야에 머무르면서 선변으로 가려고 무진 애를 썼으며 선박회사에 가서 알아보았으나 책임자까지도 항행 일정을 모르고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어 여객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택시 드문 20만 도시>
일인 십역을 하는 여행이라 바빠서 쏘다니다보니 여객기가 떠나는 시간이 다가왔다. 부랴부랴 비행장까지 가는 버스를 잡아타려고 했지만 모두 초만원이어서 새워주질 않았다. 이 수라바야는 인구 20만의 꽤 큰 도시이건만 택시는 부과 10여대 미만이니 택시를 타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친절한 마부의 온정>
마침 짐을 실은 마차가 지나가기에 사정을 했더니 태워주었다. 그러나 마차가 워낙 느리고 보니 도저히 제시간에 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마부에게 걱정을 했더니 그는 채찍질을 하여 말을 달리게 했다. 가뜩이나 무거운 짐을 끄는 말이 뛰자니 몹시 가쁜지 헐떡거리며 온몸에는 땀이 흠뻑 젖었다.
이렇게 달렸기 때문에 간신히 제시간에 댈 수 있었다. 마부와 말에 대해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차 삯을 들려주었으나 그는 사양했다. 공항에서는 여객기에 오르기 전에 저울에 룩색과 체중을 따로 달았다. 아마도 여객기의 총 적재량을 알아보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여객기가 높이 뜨니 여러 섬들이 보물섬과도 같이 내려다 보였으며 얼마 뒤 갑자기 앞이 캄캄해지는가 하더니 스콜이 퍼부었다. 공중에서 맞은 스콜이란 것도 남국적인 흥취가 있다. 약 1시간만에 목적지인 술라베시 섬 남쪽의 마카사르에 내렸다. 내가 그전부터 꿈꾸던. 옛 셀레베스 섬 그러니까 이 처녀지와는 해후가 되는 셈이다. 공항에서 나가니 상인들이 떼를 지어 모여들었다.「인생도처유청산」이란 말처럼 「세계도처유상인」이랄까. 사람이 있는 곳엔 이렇게 상인들이 들끓었다.
이 항구도시에는 3세기 전 네덜란드(화란)가 오각릉 형으로 쌓은 요새가 있는데 그 안엔 3개의 병사가 있고 또 가운데에는 영내 2층 교회가 있다.

<파괴된 돈 회에 빈민>
이 교회는 전쟁으로 지붕이 뚫리고 파괴된 채로 있으며 빈민들이 이 속에다 암페라로 벽을 치고 살고 있다. 6·25난 때의 우리 나라의 피난살이와도 같이 비참해 보였다. 이 나라의 생활상의 일면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

<가족계획 적극장려>
시내는 화란 풍이 감도는 옛 건축이 남아있으며 집들은 뜨거운 햇빛을 막기 위해 벽이 두텁고 백색 칠을 했으며 처마가 길게 나와있다. 가로수가 울창하여 더위를 가시게 하는 듯하다.
공원 한 모퉁이에는 다산가족과 소산가족을 비교하여 그린 간판이 보이는데 이것은 가족계획을 나타낸 것이리라.
기독교 건축양식인 어떤 교회에서는 찬송가 대신에 이슬람교의 코란을 외는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보니 첨탑 위에는 이슬람 상징인 반달이 걸려 있고, 교회 내부는 철거되었으며 메카를 표시한 모스크 자수가 걸려있었다. 그 옛날 네덜란드 통치시대에 들어왔던 기독교가 물러간 뒤 지금 이 건물은 이슬람교가 차지한 것이다. 새삼스럽게 종교 대결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도시에서도 화교가 상권을 쥐고 있다. 화교 가에는 곳곳에 자기 나라 사원이었다. 그 안에는 재화와 관련된 문구와 신상이 많은 것을 보니 돈만을 벌어들이겠다는 욕심인 듯 과연 「동양의 주」(유대인)라는 말을 들을 만하다.
「돈의 신」을 모시고「돈 주문」을 외서 까지 돈을 긁어모으는 이 학교들은 어쩌면 무엇이든 손에 잡히는 것은 황금으로 만든다는 그리스 신화의 마이다스 주에 못지 않은 비상한재간을 가진 모양이다.

<중국인 모용 필지도>
이 도시의 교외에는 별장 지대와도 같이 멋진 중국인 전용의 묘지가 있는데 「화교 공총」이란 현판이 걸려있다. 그리스 식 주두로 된 것도 있는가하면 무덤 위에 천장을 만든 것도 있다.
비바람과 밤이슬을 막기 위한 것이리라. 어떤 것은 지금 중국인이 사는 집보다 돈을 많이 들여서 만든 것 같다. 이들은 평소에 어렵게 살아도 이 영생의 집을 위하여 악착 같이 돈을 버는 것일까. 이 묘지는 피라미드에 비길 만한 것은 못되더라도 이들 화교는 이집트의 신앙처럼 굳센 내세관을 가지고 있다. 이 힘이 어쩌면 그들로 하여금 「현대의 마이다스」를 만들게 했는지도 모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