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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함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방화관은 한산해도 외화관은 성황이다. 웬만한 외화면 「롱·런」이고 「명화」축에 드는 작품이면 재탕 삼탕 해도 계속 손님이 있다.
이 나라 영화관객 인구가 여전히 대단하다는 증거-.
그 인구를 수용할 능력이 외화엔 있고 방화엔 없는 것.
뼈에 박힌 사대 근성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만은 없다. 『지옥의 함대』(피카디리 극장)명화와는 거리가 먼 오락물.
제임즈·프란시스카스라는 보지도 못하던 배우가 영 해군상사로 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초인적 활동을 전개한다.『나바론』류의 나치 해군 난공불락의 요새를 거의 혼자서 때려부순다는 허황된 얘기. 그러나 재미가 있다.
『나그네는 길을 가다 맹수를 만나면 죽으나, 그러나 사냥꾼은 맹수를 찾아다니면서 죽인다.』
주인공은 사냥꾼이라는 얘기. 정사 신까지 적당히 배합했는데, 불륜인데도 처리를 꽤 잘했다. 엘리자베드·셰퍼드라는 역시 낮선 여우가 좀 늙은 듯한 육체를 가지고 프란시스카스와 우리 관객을 매료하고있다.
해상 전투장면들을 충실하게 찍어냈는데, 비스타비전으로서는 화조가 너무 어둡고 고르지 못한 것이 흠이다. 눈이 나쁜 분은 어두운 해전장면을 열심히 보려고 들지 말 것-. 전투의 결과야 처음부터 뻔한 것이니까.
미국 오락 영화가 대개 가지고있는 싱거움과 치기가 여기는 덜하다. 심심할 때 소일거리로 괜찮은 「중급품」<김기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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